![밥블레스 유│① ‘밥블레스유’, 잘 먹고 잘 사는 언니들의 이야기](https://thumb.mt.co.kr/06/2018/07/2018070922487269231_1.jpg/dims/optimize/)
‘밥블레스유’는 출연자들의 실제 삶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0월 김숙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와 함께 밥을 4차까지 먹었다’는 글을 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자 송은이는 이 모임 자체를 VIVO TV의 새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한다’는 골자는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밥블레스유’는 사연을 매일 먹는 밥과 관련지을 만큼 보다 일상적인 고민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그램 회의를 위해 처음으로 모인 자리에서 이영자는 아주 사소한 고민들을 다루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친구랑 싸운 건 아닌데 묘하게 찝찝한 상황’을 예로 들었다. ‘따끈한 라면에 김 가루를 솔솔 뿌려 먹으면 친구에게 전화가 올 것’이라는 최화정과 ‘라면을 먹고 용기를 내서 먼저 친구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는 이영자는 누군가의 사소한 고민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충분히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는 바로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일해온 중장년층 여성들이 실제 인생에서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1회에서 친구 간의 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송은이는 “언니들이랑 이야기하면 이게 좋아. 내가 생각 못 했던 좋은 이야기도 듣고”라고 말했다. 이에 이영자는 “나한테는 화정 언니가 있다”, 김숙은 “나한테는 영자 언니와 은이 언니가 있다”라고 자랑했다. 남성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상화된 중년 여성이 아니라 여성이 바라본 여성의 모습, 그리고 그 여성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김숙이 위경련으로 포스터 촬영에 늦자 이영자는 “대신할 사람은 많다”고 농담하며 여러 여성 방송인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의 말처럼 TV에 나오지 않았을 뿐 다양한 여성 방송인들이 존재하고 그만큼의 다양한 삶이 있다. 그리고 송은이는 TV 밖에서 이를 발견했고, 시청자의 요구로 인해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무엇을 외면하거나 놓치고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지워져왔던, 진짜 여성의 삶과 생각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많이 먹고 크게 웃는 ‘언니’들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