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前지사 부인, 김지은 과거 연애사 요구"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07.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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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안희정 3차 공판, 검찰측 증인 신문…변호인측 "개인 의견일뿐" 반박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의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가 안 전 지사의 가족으로부터 "(피해자의) 평소 행실과 과거 연애사 정보를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9일 오전 10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 구모씨(29)를 상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구씨는 지난해 2월부터 4개월 동안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선행팀과 청년팀에서 일했다.

구씨는 올 3월 5일 피해자 김지은씨(33)의 언론 인터뷰가 끝난 뒤 안 전 지사의 가족과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구씨는 캠프 활동을 하면서 안 전 지사의 아들 안모씨, 피해자 김씨와 친분을 쌓았다고 밝혔다.



구씨는 이날 재판에서 "김씨의 방송 인터뷰가 나온 날 밤 (안 전 지사의 아들) 안씨가 '김씨 관련 정보를 취합해야할 것 같은데 도와줄 수 있냐'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문자를 받고 안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여사가 받았다"고 말했다.

구씨에 따르면 민씨는 전화 통화에서 "안희정 정말 나쁘지만 애들 아빠인데 살려야지 어떡하냐"며 "(구씨가) 친했으니까 김씨 평소 행실과 과거 연애사 정리해서 보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구씨는 김씨가 수행비서로 일할 당시 자신에게 힘들다는 호소를 자주 했다고 밝혔다. 구씨는 "(김씨가) 감정의 배설을 하게 된다, 욕이 계속 나오려고 하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힘든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김씨가 구씨에게 '겁이 난다', '나는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여기는 정치판이다', '이거 하다 나오면 한국에서 못 살 것 같다' 등 어려움과 불안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씨는 안 전 지사 측근과 지지자들이 김씨에게 조직적으로 2차 피해를 가했다고도 주장했다. 구씨는 관련 증거를 검찰 조사 당시 제출하기도 했다.

구씨는 "주로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이 매크로(자동반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서 김씨를 향한 욕설과 비방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당시 안 전 지사의 캠프 내 폭력이 만연했다고도 주장했다. 구씨는 "김씨의 인터뷰가 방송된 뒤 같이 일했던 캠프 관계자 12명이 이야기를 나눠보니 각자 캠프 내 팀장급 인사에게 폭력·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며 "안 전 지사의 부하에게 당한 피해도 말을 못하는 조직에서 대장 격인 안 전 지사에게 당한 피해를 말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2명 외에도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 당했다고 호소한 사람이 2~3명 더 있었다"며 "이들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껴 고소를 원하지 않았으나 김씨를 도우려고 피해 사실을 (지인들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구씨는 또 안 전 지사가 이번 성폭력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한 기자가 안 전 지사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해당 언론사 고위 간부의 저지를 당했다고 전해들었다"며 "그 고위 간부가 안 전 지사로부터 취재를 중단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구씨에 대한 검찰 신문이 끝나자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의 반대신문도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경선캠프 내 성희롱 등의 문제는 팀장들이 연루된 것이지 안 전 지사는 아니라는 점, 캠프 내의 경직된 분위기는 구씨 개인의 의견인 점, 캠프 내 폭력이 만연하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무엇인지 등을 지적했다.

구씨는 '김지은이 러시아·스위스에서 힘들고 괴롭다고 호소했다'고 증언했지만, 변호인단은 "(증거로 제출된 김씨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김씨 휴대전화에는 구씨와 전화한 내역이 없다"고 따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온 안 전 지사는 취재진에게 "재판의 여러 쟁점 사안은 법정에서 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15분 다시 개정된다. 오후 재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인 안 전 지사 캠프 관계자 정모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김씨의 지인 신모씨와 김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도 이어지지만 이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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