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엑시트 대세로 자리잡은 IPO 시장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8.07.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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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라인해운·바디프랜드 조단위 대어 잇따라 상장 준비…"상장 뒤 경영권 매각은 남은 과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PEF(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의 IPO(기업공개)가 활발하다. IPO가 M&A(인수합병)를 대체하는 PEF의 엑시트(투자금회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에이치라인해운과 바디프랜드가 나란히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앤컴퍼니, 바디프랜드는 VIG파트너스가 보유했다.



사모펀드 엑시트 대세로 자리잡은 IPO 시장


에이치라인해운과 바디프랜드는 PEF가 최대주주로 엑시트를 위한 IPO인데다 조단위 기업가치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어 주목받는다. PEF 보유기업인 만큼 상장 뒤 경영권 매각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상장심사를 통과할 경우 최근 공모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에이치라인해운은 벌크선 위주의 해운회사로, 한앤컴퍼니가 2014년 한진해운으로부터 인수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657억원, 영업이익은 237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7%, 22.4% 증가했다.



한앤컴퍼니 인수 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서 원자재 수요 증가로 해운 업황이 나아지면서 에이치라인해운의 실적 역시 개선됐다. 에이치라인해운의 지난해 순이익은 1666억원으로, PER(주가수익비율) 20배를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는 3조을 넘는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다.

바디프랜드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 1위 사업자로, VIG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했다.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129억원, 영업이익은 83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8.8%, 29.4% 증가했다. 성장률 둔화는 풀어야 할 과제지만 이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637억원으로, 최대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 모간스탠리다.

PEF 보유기업의 IPO는 지난해 아이엔지생명이 첫 발을 뗀 뒤 삼양옵틱스가 뒤를 이었다. 아이엔지생명은 공모규모가 1조원을 넘은 초대형 거래로,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상승 흐름을 탔다. 최근 매각 변수로 다소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카메라 렌즈 전문업체 삼양옵틱스 주가는 큰 변동 없이 꾸준히 공모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시장의 외형이 커지고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되면서 PEF의 엑시트 수단으로 IPO는 꾸준히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형 매물일수록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통해 일부 자금 회수와 지분율 하락 효과를 볼 수 있어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공모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PEF가 IPO에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아이엔지생명 사례에서 나타나듯 상장 뒤 최대주주인 PEF의 경영권 매각은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다. 결국 PEF는 기업 매각이 필수적인데,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일관성있는 경영 전략 수립에 변수가 될 수 있어 주주 권리 차원에서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 PEF가 상장한 기업의 경영권 매각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우리 공모시장의 성숙도를 감안하면 IPO가 엑시트에 애를 먹는 PEF에 주효한 전략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올해도 에이치라인해운, 바디프랜드 등 PEF가 보유한 대어급 딜이 대기하고 있는데 최대주주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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