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망치는 부모의 2가지 치명적인 잘못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2018.07.0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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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자녀를 망치는 부모의 2가지 치명적인 잘못


“자식이 변하는데 부모의 변화만한 게 없는 거 같아.” 고2 아들이 최근 내게 한 말이다. 문제 많은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엄마, 아빠의 변화라는 뜻이다. 아들에게 그간 변하려는 내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좋았다.

아들은 문제아였다. 한달에 한번씩은 아들이 일으킨 문제로 학교에서 전화를 받고 학교에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부터는 단 한번도 학교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고 학교에도 부모들이 돌아가며 하는 시험감독관으로 방문한 것 외엔 갈 일이 없었다.



하물며 아들은 기말시험을 치르는 동안 PC방을 끊고 집에서 공부조차 했다. 너무 놀라워 “네가 스스로 공부하기는 평생 처음”이라고 말하자 아들은 쑥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아들은 자신의 이같은 변화가 부모의 변화 덕분이라고 말해줬다.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습니다’란 책이 있다. 자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부모 탓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 제목이 참 싫었다. ‘나는 열심히 일해서 아들 교육 잘 시켜보려 노력한 것밖에 없는데 왜 아들이 지각하고 밤새 게임 하고 학교에선 잠만 자고 태도가 불량하고 담배 피는게 내 잘못인가’ 싶었다.



그런데 자녀의 문제는 부모 탓이라며 자녀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는 책까지 있다. ‘엄마 반성문’이다. 저자 이유남은 초등학교 교사로 맡는 학급마다 성적을 1등으로 올려놓고 자신의 아들, 딸도 전교 1등으로 키워 학부모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받았다.

하지만 전교 1등에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전교 회장, 부회장까지 지낸 잘난 아들이 고3 때 자퇴하고 한달 뒤 고2인 딸마저 자퇴해버리는 ‘날벼락’을 맞았다. 자퇴한 두 아이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오로지 먹고 자고 게임 하고 TV 보는 것밖에 안 했다. 딸은 자해 시도까지 했다.

‘엄마 반성문’은 이렇게 망가져 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억울하고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던 저자가 결국 문제는 자신에게 있었음을 깨닫고 쓴 책이다. 참고로 우리 아들도 이 책을 읽는 나에게 “엄마 그 책 읽고 반성 많이 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저자와 나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려 했다=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에게 “넌 어떻게 남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하나도 없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시대회나 과학탐구대회 같은데 나가 상도 받고 회장도 하고 학교에서 보내주는 영재교육원 같은데도 붙어야 하는데 왜 그러질 못하냐는 핀잔이었다.

사실 아들에겐 자랑할 거리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학교 단거리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해 대표로 구 전체 대회에 나간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 잘하는 건 자랑할 거리가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아들이 대회에 나가는 것에 관심조차 없었다. 대회에 응원하러 가지 않은 것은 물론 결과도 아들의 친구 엄마에게 들었다. 엄마가 관심이 없으니 아들은 내게 결과조차 말하지 않았다.

저자는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 숙제부터 검사했고 감시자가 되어 공부를 시켰다. 받아쓰기 준비를 시킨다고 자고 싶다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밤 늦도록 붙들어 놓았다. 아들이 전교 1등을 해도 칭찬보다는 지난번 시험보다 점수가 떨어진 과목부터 찾아 야단쳤다. 아들이 국내 최고의 대학에 입학해 학교에 자랑스럽게 현수막이 걸리기를 기대했다.

저자는 책에서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려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어리석음이라고 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주 하는 말이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내 기준에 흡족하게 만들려고, 혹은 남 보기 부끄러워선 안 되니까 그러는 것은 아닐까.

둘째,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대개 ‘잘 키운다’는 의미는 자식이 스스로 돈 벌어 넉넉하게 살 수 있도록, 남 보기에 번듯하게 키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좋은 직업 얻어 성공하는 것이다. 잘 키우려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도 하고 야단도 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란다. 절대로 내가 의도했던 대로 키워지지 않는다. 같은 부모 밑에서 똑같은 양육방식으로 자란 형제, 자매도 극과 극으로 다를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해주고 여러 길을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아이가 좌절했을 때 격려해주고 지지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내가 잘 키우려 아이 손을 붙잡고 끌고 가는게 아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에서 미디어 중독으로 살던 저자의 두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엄마의 반성과 변화로 관계가 회복된 뒤 아들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철학을 배우고 있고 딸은 과거 자기처럼 힘들어 하는 청소년을 돕고 싶다는 꿈을 갖고 미국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기 몫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아이를 내 힘으로, 내 정성으로, 내 노력으로 키운다고 생각하면 아이를 내 것으로 생각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게 된다. 아이들은 인정해주고 존중해주고 지지해주면 스스로 잘 자라나 자기 인생을 찾아 살아간다. 지금 자녀가 불안해 보여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는 자녀를 지켜보며 편이 되어주고 격려해주며 줄기를 곧게 세우도록 조언해주며 옆을 지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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