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중 '무고'가 40%나 된다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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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의 진실-②] '40%'는 근거 없는 수치…해외선 성범죄 무고 비율이 전체 2~10%에 불과

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성범죄 무고 피해자가 될까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미투(Me Too) 운동이 이어지면서 굵직한 정치인, 연예인, 예술가 등이 성폭행 가해자로 밝혀지는 분위기에 부담감을 느낀 데다가 대검찰청이 '성폭력 수사 매뉴얼'을 개정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무고죄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와 '대검찰청의 무고죄 관련 성폭력 수사 매뉴얼 중단을 요청합니다' 등 지난 6월 마감된 무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각각 24만, 21만 동의가 눌린 점은 무고에 대한 공포감이 얼마나 큰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주로 "대검찰청의 '무고죄 관련 성폭력 수사 매뉴얼'은 한국만의 불합리·불평등한 매뉴얼이며"(1편☞ 무고죄 관련 청원 동의 45만… "한국, 무고 가해자의 천국?") "한국에서 유독 성범죄 무고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아 억울하게 성폭력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가 많다" 등의 내용에 공감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에 초점을 두고 이를 두 편에 걸쳐 파헤쳐본다.

◇"한국에선 성범죄 무고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아 억울하게 성폭력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 성범죄에 대한 허위고소, 즉 무고가 많다는 주장은 이들의 주된 주장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무고죄 형량을 강화해야 합니다'에서 경찰청 통계를 인용해 "성폭력 무고가 전체 무고 사건의 40%에 달한다"면서 성폭력 가해자로 억울하게 몰리는 일이 잦다고 주장했다.



무고는 성범죄를 비롯 폭행시비, 재산다툼 등 다양한 사건에서 발생하는데, 이들을 모두 포함한 무고 사건은 통상 한해 약 3000~5000여건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성범죄 관련된 무고 사건의 건수는 알 수 없다.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 경찰·법무부·검찰 모두 성폭력 무고 관련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자연히 40%라는 수치도 근거 없는 것이다.
이지혜 디자인 기자이지혜 디자인 기자
해외서도 성범죄 무고 통계를 따로 내지 않기에 정확한 수치는 미제로 남아있다.

다만 해외 연구사례들에 따르면 성범죄 무고 사건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보고된 성범죄 사건 중 약 2~10%에 달하는 수치가 무고로 알려져있다.

데이비드 리삭 등 3명의 학자들이 8건의 연구를 분석, 2010년 발표한 '성폭력 무고 10년치 신고사건 분석'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경찰은 2000~2003년 신고받은 성폭행 범죄 812건 중 약 2.1%만을 허위 주장으로 봤다. 2005년 영국 홈오피스가 15년간 영국의 6개 지방에 신고된 2643개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8.2%에 달하는 사건이 무고로 분류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공식적인 집계를 사용할 경우엔 2.5% 정도만이 무고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덴마크는 신고된 성범죄 중 1.5 %가, 캐나다에서는 10% 정도가 무고 사건으로 추산됐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6년도 무고 범죄 중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는 전체 무고 범죄의 32.7%였지만, 이중 성폭력 무고 비율은 밝혀진 바 없다.

그렇다면 40%란 수치는 왜 나왔을까.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성폭력 범죄 비율을 성폭력 범죄 중 무고 사건 비율로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6년 성폭력 사건 29357건 중 1만3176건을 불기소 처분, 성폭력 사건의 불기소율이 44.8%를 기록했다. 하지만 검찰이 불기소한 성폭력 사건과 성폭력 무고 사건 사이에는 쉽게 치환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성폭력 사건은 범죄 특성상 증거 확보가 어려워 불기소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기소를 무고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비약이라서다. 전체의 25%는 혐의가 없다고 결론난다. 성범죄는 대부분 증거가 없어 처벌이 어려우므로, 처벌하지 못한 게 없는 내용을 꾸며서 고소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만 성립되는 등 요건이 엄격해 처벌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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