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무고죄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와 '대검찰청의 무고죄 관련 성폭력 수사 매뉴얼 중단을 요청합니다' 등 지난 6월 마감된 무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각각 24만, 21만 동의가 눌린 점은 무고에 대한 공포감이 얼마나 큰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선 성범죄 무고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아 억울하게 성폭력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 성범죄에 대한 허위고소, 즉 무고가 많다는 주장은 이들의 주된 주장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무고죄 형량을 강화해야 합니다'에서 경찰청 통계를 인용해 "성폭력 무고가 전체 무고 사건의 40%에 달한다"면서 성폭력 가해자로 억울하게 몰리는 일이 잦다고 주장했다.
이지혜 디자인 기자
다만 해외 연구사례들에 따르면 성범죄 무고 사건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보고된 성범죄 사건 중 약 2~10%에 달하는 수치가 무고로 알려져있다.
데이비드 리삭 등 3명의 학자들이 8건의 연구를 분석, 2010년 발표한 '성폭력 무고 10년치 신고사건 분석'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경찰은 2000~2003년 신고받은 성폭행 범죄 812건 중 약 2.1%만을 허위 주장으로 봤다. 2005년 영국 홈오피스가 15년간 영국의 6개 지방에 신고된 2643개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8.2%에 달하는 사건이 무고로 분류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공식적인 집계를 사용할 경우엔 2.5% 정도만이 무고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덴마크는 신고된 성범죄 중 1.5 %가, 캐나다에서는 10% 정도가 무고 사건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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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발표한 2016년도 무고 범죄 중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는 전체 무고 범죄의 32.7%였지만, 이중 성폭력 무고 비율은 밝혀진 바 없다.
그렇다면 40%란 수치는 왜 나왔을까.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성폭력 범죄 비율을 성폭력 범죄 중 무고 사건 비율로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6년 성폭력 사건 29357건 중 1만3176건을 불기소 처분, 성폭력 사건의 불기소율이 44.8%를 기록했다. 하지만 검찰이 불기소한 성폭력 사건과 성폭력 무고 사건 사이에는 쉽게 치환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성폭력 사건은 범죄 특성상 증거 확보가 어려워 불기소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기소를 무고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비약이라서다. 전체의 25%는 혐의가 없다고 결론난다. 성범죄는 대부분 증거가 없어 처벌이 어려우므로, 처벌하지 못한 게 없는 내용을 꾸며서 고소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만 성립되는 등 요건이 엄격해 처벌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