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용무늬 타투 스티커로 타투를 한 뒤 출근한 기자가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살면서 타투에 0.1도 관심 없던 기자가 서른살 넘게 먹고 나서야 도전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요즘엔 개성이라며 타투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인식도 그만큼 달라졌을까. 그런데 정작 직장에는 왜 타투를 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직접 한 뒤 출근하면 상사는 어떤 반응일까. 또 가까운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쳤다고 하지는 않을까. 직접 해보면 우리 사회가 타투를 바라보는 솔직한 인식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타투를 할 용기는 없었다. 새기는 것도 지우는 것도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였다. 헤나(몸에 염색을 하는 원리) 조차도 조심스러웠다. 때밀이 수건과 비누만 있으면 지울 수 있다는 '타투 스티커'를 사기로 했다. 가격도 1200원으로 저렴했다. 대신 눈에 확 튀는 타투를 선택하기로 했다. 색깔이 화려한 잉어와 검은색 용(龍) 무늬를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선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이웃집 아주머니의 시선이 팔에 꽂혔다. 인사를 건넨 뒤 팔에 있는 타투를 가리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요즘 유행하는 것 같다. 각자 개성이다"라는 어색한 대답만 돌아왔다.
타투로 인한 선입견을 최대한 없애려 출근 복장은 셔츠와 슬렉스 바지, 구두로 깔끔하게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직장 건물에 도착한 뒤 1층서 본지 편집국장과 마주쳤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문신을 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순간 진땀이 흘렀다. 이에 기사를 위해 체험하고 있는 것임을 몇 번씩 강조했다. 마치 죄 지은 기분이었다. 또 다른 본지 부국장은 "헤나를 했냐. 어디서 했느냐"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소속 부서 부장은 팔을 본 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왜 하필 오른팔에 했느냐(부장이 오른쪽 자리에 앉음)"고 성토했다. 체험을 위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보니 "정말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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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반응은 더 솔직했다. "왠지 과거가 있을 것 같다", "선해 보이는 사람이 이런 걸 하니 다시 얼굴을 보게 된다", "밖에서 보면 무서울 것 같다", "(특정 직업을 얘기하며) 이런 일을 하는 사람 같다", "만만치 않은 느낌이다", "잘 어울린다", "진짜 타투 같다", "이미지랑 반대다" 등의 반응이었다.
친구 전모씨(36)와의 대화. 타투에 대한 선입견을 알 수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도 반응이 엇갈렸다. 광화문 소재 직장인 신선미씨(28)는 "최근에는 요란한 타투를 많이 봐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무늬면 좋아 보인다"고 했고, 종로에서 만난 직장인 임모씨(35)는 "많이 개방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 타투에 대한 인식은 곱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때밀이 타올에 비누를 묻혀 타투를 지워내고 있다. 힘을 줘서 밀자 조금씩 지워졌다./사진=남형도 기자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타투업계 관계자들은 타투가 많이 대중화됐지만, 특정 무늬에 대해선 아직까지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패션타투협회 관계자는 "와이프 사진처럼 의미가 있고 감성적인 패션 타투는 많이들 하는데, '한야(일본 도깨비)' 무늬처럼 일본 야쿠자나 조폭처럼 하는 위압감 있는 문신은 아직도 거부감이 크고 대부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모르는 사람들이나 놀았다는 친구들이 하지 젊은층들은 그런 걸 잘 안한다"고 덧붙였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 회장은 "지금은 일반인들도 타투를 보며 개성과 표현의 자유로 많이 인식하고 있다"며 "축구선수나 연예인들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을 제외하면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의 '추신'
안녕하세요, 남형도 기자입니다. 사실 타투를 한 사람을 보면 "저런 걸 왜 하냐"며 혀를 찼었습니다.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짧게나마 체험을 하며 이 또한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자 분들은 어떤 편견 때문에 힘드셨는지요.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들려주세요. 기꺼이 그 사연 속으로 뛰어들겠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메일 주소도 '사람'입니다. [email protected]로 제보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끝까지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