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상품을 구매할 때 사람들은 “어차피 가격은 똑같은데…”하며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지불하기 일쑤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지출이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이 지출하는 돈의 액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할뿐더러 지출한 금액이 얼마인지 더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동네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물도 사기 꺼리면서 여행지에선 4000원짜리 생수를 거리낌 없이 사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돈을 쓸 때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기회비용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지금 무엇인가를 구매한다면 그 대가로 희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저자는 또 △우리는 모든 것이 상대적임을 망각한다(세일 상품의 정가를 고려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믿는다(지출 문제에서는 자신의 오랜 습관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한다) △우리는 자기가 가진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소유한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좀처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등의 명제를 통해 의사결정의 본질을 재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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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용에 있어 재미있는 심리 중 하나는 부정적인 돈을 획득할 경우 사람들은 이를 ‘세탁’하려 한다는 것이다. 돈에 묻은 부정적 감정을 씻어내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는 등 이기적 목적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교과서를 사는 식으로 선한 목적에 우선 사용한다.
저자는 이를 ‘감정적 회계’라고 부른다. 이런 유형의 감정적 돈세탁을 통해 알 수 있는 패턴은 사람들은 이치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 기분이 좋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지출한다는 것이다.
돈을 쓰는 방식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평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가장 단순한 문제부터 ‘궁극적으로 내 주변의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등 존재론적 사고까지 다양한 사고 전환을 돈의 지출로써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돈 쓰기의 문제는 비단 돈의 문제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잣대”라며 “돈을 쓰기 전에 ‘여기에 돈을 지출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부의 감각=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펴냄. 444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