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운명, 내일 '안종범 입'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8.07.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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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2016년 3월11일 오찬서 신동빈이 면세점 현안 언급" 안종범 진술 반박 여부가 최대변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1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운명이 2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에서 다시 한 번 기로에 선다. 신 회장이 2016년 3월11일 만남에서 '면세점 현안'을 입에 올렸다는 안 전 수석의 증언을 반박하지 못한다면 신 회장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오는 2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신 회장의 재판에 안 전 수석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안 전 수석은 신 회장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의 성립 여부를 판가름할 '연결고리'다.



박 전 대통령과 총수들을 둘러싼 뇌물 사건의 쟁점은 크게 '현안'과 '청탁' 두 가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서 검찰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개편작업이 현안이었고, 이 부회장이 현안 해결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세 차례 독대하면서 청탁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현안과 청탁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냈다.

신 회장 사건에서 검찰은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취득이 현안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를 상장하려 했다. 호텔롯데의 주식을 제3자에게 개방해 경쟁자였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배력을 희석하고 '일본 그룹' 논란에서 벗어난다는 취지였다.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려면 호텔롯데 기업가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권이 필요했다.



롯데 측 변호인단도 1심 재판에서 현안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을 세세하게 지켜본 한 변호사는 "모든 증거가 현안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었다"며 "본인만 (현안의 존재를) 부인한다고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롯데 측 변호인단도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롯데 측에서 다툴 수 있는 쟁점은 청탁의 존재 여부다. 롯데는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위해 신 회장과 안 전 수석의 만남을 성사시키려 노력했고, 두 사람은 2016년 3월11일 롯데호텔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했다.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기 3일 전의 일이다.

안 전 수석은 이날 만남에 대해 "(신 회장이) 특허 탈락에 따라 생긴 고용 문제가 있다는 정도로 말했다"며 "통상적인 경우 대통령이 그런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1심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어 "오찬을 마치고 오자마자 마침 대통령이 전화했다"며 "(대통령에게) 면세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신 회장의 발언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다.


이 진술은 1심 재판부가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청탁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주요 근거가 됐다. 신 회장 측은 3월10~13일자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메모에 면세점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며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회장 측이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면 안 전 수석이 이 진술을 바꾸게 하거나 진술 신빙성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안 전 수석은 수사부터 재판까지 많은 질문에 대체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해왔다. 그러나 기억이 난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법조계는 안 전 수석이 2심에서도 이전 진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안 전 수석도 형사재판의 피고인 신분인 만큼 자기 진술을 갑자기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신 회장의 변호인단이 안 전 수석의 진술이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다.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할 경우 신 회장은 사실관계 다툼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 변호사는 "2일 안 전 수석의 진술이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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