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2가지 오해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8.07.0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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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종교 때문만은 아니야…대체복무제 기꺼이 참여할 의사도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특정 종교인만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 문화와 징병제라는 국가 체제에 대한 거부감,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등 개인적 신념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취재 중에 만난 20대 중반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강주영씨(가명)는 무교였다. 강씨는 지난해 중부 유럽 한 국가로 난민 신청을 했다. 강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의 낡은 체제를 비판하고 이를 바꿀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끈 홍정훈씨(28)도 종교가 없다. 홍씨는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오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군사행위가 아닌 다른 형태의 대체복무를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복무 후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온 김형수씨(29)는 "하루빨리 대체복무제가 도입돼 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징병제라는 제도, 폭력이 정당화되는 체제 자체에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반(反)국가적 의문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시민 단체인 '전쟁 없는 세상' 등에 따르면 현재 감옥에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2만명에 달한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도 900여명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만 여긴다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이제야 국가의 이념과 제도뿐 아니라 소수자의 인권을 이해하는 다원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기자수첩]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2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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