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의 역설’…스타벅스 음료 많아도 주문은 매일 같은 메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06.3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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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마이크로 트렌드X’…향후 10년,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특별한 1%의 법칙

‘개인화의 역설’…스타벅스 음료 많아도 주문은 매일 같은 메뉴


지금의 개인화는 ‘무엇이든 선택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포드 자동차가 10년 전쯤 ‘검은색 안에서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를 수 있게 한 한계적 맞춤 개인화는 이제 그 한계를 뛰어넘어 소비가가 원하는 무엇이든 제공하는 서비스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무한 개인화가 진행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면 이렇다. 커피처럼 단순한 상품에서도 이뤄진 개인화는 ‘포드 경제’에서 만날 수 없는 더 많은 종류의 철저한 개인화로 소비자와 만났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소비자 집단의 만족도와 행복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셈. 그런데 소비자들은 뜻밖의 행동을 보였다. 스타벅스에서 대부분의 고객은 어제도 오늘도 ‘모카 프라푸치노 그란데’ 식으로 마시던 것만 주문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선택을 더 안 하는 현대사회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이 새로운 사회상의 변화를 저자는 ‘마이크로 트렌드X’로 명명한다. 10년 전 저자가 개인화로 요약한 사회 전반의 거대한 기류인 ‘마이크로트렌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개인화의 역설이 ‘마이크로 트렌드X’의 핵심인 셈이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 행동패턴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세상을 움직인다. 지상파 방송 3사만 있을 땐 그중 하나를 보면서 ‘다양화’에 근접했지만, 케이블이 넘쳐나는 시대엔 다양화는커녕 ‘파편화’를 통해 어느 하나 채널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트렌드와 역트렌드 등 두 개 상반된 트렌드가 동시에 작용하는 것은 마이크로 트렌드X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밀레니얼 세대(저자는 1980~98년 출생자로 설명)가 성숙하자, 기성세대가 다시 세를 과시하고 신경제가 도약할 땐 성난 구 경제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건강한 채소 위주 식습관을 추구하면 어김없이 단백질 인기 식품이 화제로 떠오른다.

정치도 마찬가지. 중도 세력에서도 좀 더 기울어진 보수와 진보로 갈리는 현상이 커지면서 정국의 교착은 더욱 가중된다. 6초짜리 광고 하나도 질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시간이나 TV에 집중하는 이도 적지 않다.

정치·사회·문화 할 것 없이 상반된 기류들이 주도권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만들어내는 혼돈에선 매일 뜻밖의 승자나 패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선택이 폭이 넓어질수록 그에 따른 맞춤형 개인화를 위한 스타트업이 성장했을까. 오히려 소수의 인터넷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 기업이 온라인 상품 중 절반을 판매하고 한 기업이 만인의 소셜 플랫폼을 운영하며 한 기업이 전 세계 엔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의 기술 발달로 보편화한 개인화는 점점 더 기업의 이익이 커지는 쪽으로 왜곡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업의 서비스가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복잡다단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때론 통계나 사실보다 신념이나 직감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파편화한 취향이 되레 양극화를 불러일으키는 이 이상한 시대는 어쩌면 풍요가 만든 빈곤의 산물일지 모른다.

저자는 “선택의 폭을 넓혀 사람들의 행복을 극대화하려던 움직임은 오늘날 사회가 파열되고 사람들이 분열되는 현상을 일으킨 주범”이라면서 “개인화가 발달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한 것은 마이크로 트렌드가 초래한 강력하고도 예기치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마이크로 트렌드X=마크 펜, 메러디스 파인만 지음. 김고명 옮김. 더퀘스트 펴냄. 584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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