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찾은 사우디 여성… 女운전 금지국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8.06.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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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 24일 0시부로 여성운전 허용…
여성 사회 참여 늘리려는 '비전 2030' 일환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한 여성이 운전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한 여성이 운전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이 24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자동차를 몰고 거리로 나왔다. 마지막 여성운전 금지국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사우디 정부는 예정대로 이날부터 여성의 자동차 운전을 허용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사우디 교통 당국은 여성의 운전면허 발급을 시작한 바 있다.



어두운 밤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여러 외신들을 통해 전해졌다. 현지 여성들은 "설렌다" "흥분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18년 전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딴 한 30대 여성은 "내 고향에서 운전을 하는 날이 오다니 믿을 수 없다"며 감격했다. 21살의 한 여대생은 "이제 이동하기 위해서 몇 시간 동안 남자를 기다리는 일은 끝났다"고 말했다.



"드디어 내 시간을 내가 조절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한 여성도 있었다.

사우디 여성들은 그동안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었고, 타더라도 남성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야 했다.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의 운전을 처음으로 허용한 가운데 수도 리야드에서 한 여성 운전자가 드라이브스루 음식점에 들러 주문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의 운전을 처음으로 허용한 가운데 수도 리야드에서 한 여성 운전자가 드라이브스루 음식점에 들러 주문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사우디에서는 지난 1990년 40명의 여성이 '항의 운전'을 한 것에서 비롯해 약 30년 간 여성의 운전 금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항의 운동을 한 여성들은 금지령 위반으로 체포돼 처벌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9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도로 칙령을 발표하며 여성 운전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국가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비전 2030' 계획 아래 여성의 사회 참여를 늘리려 하고 있다.

한 사업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여성의 운전 허용 조치 후에도 개선할 점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여성은 현지 언론을 통해 "여성의 운전 교습비는 남자의 6배나 된다"고 꼬집고 "배울 수 있는 곳도 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보수적인 남성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트위터 등 SNS에는 "너희는 절대로 운전할 수 없다(You will never drive)" 등의 해시태그가 붙은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1일 "사우디 여성들은 문화적 금기를 깼다고 생각하는 친족이나 남성들에게 해코지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2명이 바레인에서 24일(현지시간) 운전을 하며 사우디의 여성운전 금지 해제를 축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사우디아라비아 여성 2명이 바레인에서 24일(현지시간) 운전을 하며 사우디의 여성운전 금지 해제를 축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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