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 "정부는 방관 멈추고 난민 생존권 보장하라"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06.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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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20일 靑앞 기자회견…"정부, 혐오 세력에 동조" 비판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국내 난민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알리고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창현 기자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국내 난민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알리고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창현 기자


"난민신청자 생존권 보장하라", "정부는 방관과 침묵을 멈춰라"

난민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난민 제도 개선과 혐오 세력 대응을 정부에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한국이 난민협약 가입 25주년, 난민법 시행 5주년을 맞았으나 여전히 난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예멘 난민 이슈 관련 법무부가 이달 1일 예멘을 '무사증 불허국'(비자 없이 입국 불가한 국적)에 추가하는 등 혐오세력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난민 인권 보장에 뜻을 모은 전국 400개 단체를 대표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 30여명은 "허술한 난민제도 보완하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특히 제주도 예멘 난민을 대하는 혐오 반응 확산을 우려했다. 이날 주제별 발언에 나선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이 한국 여성을 성폭행할 거라는 반응은 한국 사회에 반복된 혐오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난민들의 현실에 공감하고 이들이 처한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한국에 온 난민들이 안전하게 지내고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난민 혐오 세력에 정부가 동조한다고 규탄했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팀장은 "정부는 난민을 바라보는 국민의 편견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16년간 유지한 예멘국적자들의 무사증 입국을 간단히 폐지했다"며 "난민법을 무용하게 만들고 예멘 난민신청자들의 탈출통로를 봉쇄했으며 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의 왜곡 보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언론이 예멘이 '이슬람 국가'라는 점을 유독 강조하고 현재까지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이 1명임을 강조하면서 제주도에 온 난민의 첫인상을 '가짜난민'과 '잠재적 테러리스트인 무슬림 국가 예멘 출신'으로 고착화했다"며 "언론은 난민 혐오와 공포를 조성하는 보도를 중단하고 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이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주민 정책에서 난민이 배제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진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발표된 첫 이주민 관련 정책인 제3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는 난민 지원 체계 마련, 난민 혐오와 차별 방지 대책 수립 등 난민 지원 단체에서 필요성을 주장해온 대부분 정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자유 발언에 나선 예멘 국적 활동가는 "전쟁을 피해 온 예멘 사람들은 한국이 안전하고 민주적인 나라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라며 "모든 아랍 사람들이 대립을 원하는 게 아니다.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한국이 난민을 돕는 나라로 역사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정부는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에 눈치 보기를 멈추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제도를 운영하라"며 "혐오에 기생해 난민의 권리를 배제하고 입막음 하는 정부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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