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전부 임대, 요양병원 입원 부추기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8.06.21 04:09
글자크기

'주택연금+임대소득>요양병원 비용' 때 요양병원 입원 늘어날 수 있어…"불가피한 사유 엄격히 적용"

주택연금 전부 임대, 요양병원 입원 부추기나


정부가 추진중인 주택연금 실거주 요건 완화와 전부 임대 허용이 요양병원 강제입원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주택연금 실거주 요건 완화와 전부 임대를 허용하는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금도 요양시설 입소 등 불가피한 경우 주택연금 가입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이번에 규정을 명확히 했다. 또 전부 임대를 허용해 주택활용도를 높였다. 지금까지는 주택연금 가입주택은 보증금 없는 월세로 일부만 임대가 가능해 집이 비어도 활용할 길이 없었다.

실거주 요건이 완화되고 전부 임대가 허용되면 주택연금 가입자는 추가적인 임대소득을 거둘 수 있다. 지난해 3억원짜리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105만원의 주택연금을 받고 있는 A씨(74)가 가입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전부 임대한다면 매달 45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주택연금과 임대소득을 합친 금액이 요양병원 입원 비용보다 많으면 요양병원 입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병원별, 환자별로 차이는 있지만 간병이 필요해도 매달 80만~150만원을 부담하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이 요양병원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상위 10% 부자도 연간 523만원만 부담하면 1년 내내 요양병원에 있을 수 있다. 추가적인 임대소득으로 간병비 등 비급여 부문을 낼 여유가 생기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요양병원 입원이 까다롭지도 않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장기요양등급 1~2등급 환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은 3~5등급 환자도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팡이만 짚을 뿐 거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는데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에 머무는 환자가 적지 않다.

자식이 부모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주택연금과 임대소득으로 요양병원 비용을 다 내고도 돈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주택연금과 임대소득을 편취하는 범죄까지 생길 수 있다.


'자기집에서 평생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라는 주택연금 취지도 퇴색할 수 있다. 그동안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 실거주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도 '평생 거주·평생 연금'이라는 주택연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주택금융공사는 실거주를 못하는 불가피한 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이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요양병원 입원 증명서, 치매진단서 등 공적인 증명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