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근로시간 단축 단속·처벌 6개월 유예 검토"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8.06.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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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의 유예 제안에 대한 고위당정협의회 결정 수용...사실상 2019년부터 시행효과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단축 시행시기를 사실상 6개월 늦추는 '단속·처벌 유예'를 검토한다. 그동안 시행시기 유예는 없다던 강경한 입장을 꺾은 배경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이 산업현장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이 꼽힌다.

고용부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밝힌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6개월 단속·처벌 유예기간 설정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시행시기 6개월 유예를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낙연 총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경총의 제안은 근로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한 충정의 제안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조만간 경제부처들 중심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시기 유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근로시간 단축은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근거를 뒀기 때문에 이를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단속을 유예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한 고용부 관계자는 "과태료 대상인 경우에는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단속을 유예하거나 계도기간을 두는 게 가능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법사항이라 이를 어길 경우 고용부 마음대로 처벌을 안할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반면 산업부와 국토부 등에서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그동안 꾸준히 시행시기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매주 청와대에서 열린 반장식 일자리수석 주재 회의에서 지난달부터 시행시기 6개월 연장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회의에서 산업부는 대기업의 경우에도 숙련인력을 즉시 수급하기 힘들다는 점을, 국토부는 경기도 노선버스업체들이 구조적 문제로 인해 당장 기사 수급이 어렵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용부는 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기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안으로 꼽힌 게 법은 시기에 맞춰 시행하되 단속을 유예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시행시기 연장효과를 보자는 방안이었다.

이낙연 총리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이 총리는 20일 고위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웠지만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해왔다"며 "(법 위반에 따른)처벌 문제는 행정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공식화하는데 약간 고민이 있었는데, 모처럼 경총에서 제안을 해와 응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산업부 등 다른 경제부처와 함께 다음주 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 단속 유예를 정책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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