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손남경씨(26)는 퇴근 후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책방을 방문한다. 시끌벅적한 대형서점보다 작은 책방에서 조용히 또래들이 직접 쓴 '취업'과 관련된 에세이를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다. 에코백이나 배지 등 마음에 드는 굿즈(goods·상품)도 하나씩 구매한다.
개성 있는 동네 책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동네 책방 애플리케이션(앱) '퍼니플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동네 책방 수는 337곳이다. 1년새 80개의 동네 책방이 생겨났다. 일주일에 1.5개꼴로 새로운 동네 책방이 문을 연 것이다.
책방 주인의 취향 묻어난 책들, 손님과 '공감대' 형성도
동네 책방에서는 주인의 취향대로 고른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동네 책방 '프레센트14'의 최승진 대표(30)는 "책방에서 선택적으로 책을 골라주다 보니 예전엔 눈에 안 들어왔던 책을 만나볼 수 있다"며 "오다가다 접할 수 있는 게 작은 책방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며 '동네 책방'의 매력을 설명했다.
한 시민이 동네 책방에서 책을 보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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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그 이상, 색다른 문화 공간의 탄생
모임, 토론회, 음악회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동네 책방의 모습. /사진=이상봉 기자
김소정 대표는 "책방이 더이상 책만 판매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 읽는 모임과 토론회, '책맥'(책+맥주), 음악 공연 등 이제는 모든 것들이 책방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달에 한 번씩 작가와 함께하는 모임을 계획 중이다. 동네 책방을 지식의 장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달리봄'의 김소연 대표(30)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방문 횟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김소연 대표는 "사람들은 책방을 안정적인 공간이라 느끼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페미니즘과 관련된 독서 모임, 영화 상영 등의 콘텐츠를 더하니까 사람들이 더 찾아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엠프티폴더스' 김소정 대표(왼쪽)와 '프레센트 14' 최승진 대표(30). /사진=이상봉 기자
'소확행' 느끼며 책방 운영? "보이는 것과 많이 달라…"
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한 동네 책방. /사진=이상봉 기자
주 팀장은 "대형서점은 위탁판매로 운영한다. (비용을) '선지급'하지 않고, 책을 판매해 '후정산'하는 식이다. 하지만 작은 책방의 경우 위탁판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소정 대표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맞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서 배울 수 없었던 가치에 대해 알게 돼 소확행을 느낀다. 하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책방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며 "일과 삶이 분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달리봄'의 주승리 팀장(왼쪽)과 김소연 대표. /사진=이상봉 기자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동네 책방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떠오른 점은 반갑지만 수익 창출과 운영이 어렵지않을까 우려된다"며 "동네 책방만의 차별화를 통해 적극적인 생존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