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공개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무릎을 꿇구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8.6.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 권한대행은 "우리가 60일 이내 당헌당규상 당대표 선출하라는 그런 전당대회에 함몰된 당이 아니라는데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당권 경쟁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말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미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시작된 상황이다. 아직 수면아래에 있지만 지선 출마 후보자부터 원내외 인사들까지 복수가 움직인다. 여기에 당 대표를 사퇴한 홍준표 전 대표의 의중이 조기전대 출마에 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다시 당권을 잡겠다는 거다. 경주마들이 출발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당권경쟁에 빠져드는걸 막겠다는 김 권한대행의 선언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김 권한대행이 제시한 중앙당 해체의 형태가 흐릿하다는 점도 문제다. 김 원내대표는 중앙당 해체를 선언한 후 채 몇분도 되지 않아 정확한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앙당 해체를 선언한게 아니라 원내중심 정당으로 가기 위해 기능을 슬림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온도차가 큰 해석을 내놨다. 중앙당 해체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당대표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임에도 제창한 사람조차 상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앙당 해체가 과연 혁신의 묘안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한국당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지방선거에 참패한 것이 중앙당의 책임이냐는 거다. 한 당료는 "중앙당 직원을 잘라 혁신이 된다면 그게 무슨 혁신이겠느냐"며 "현 상황에 대한 진단부터 대책까지 모두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작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먼저 통감하고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할 김 권한대행이 내놓은 대안으로는 적합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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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김 권한대행의 혁신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 당내 중진은 김 권한대행의 발언에 대해 "전형적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말했다. 혁신 구호는 크게 던져놨지만 사실상 손에 피를 묻히는 인적청산은 앞으로 영입될 혁신위원장에게 미뤘다는 거다. 당내 의사결정 과정을 원내대책회의로 돌리면서 오히려 본인이 보스정치를 하려는 포석을 놓은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권한대행이 원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보수개혁 의지를 가진 혁신위원장을 영입할 수 있다면 김 권한대행의 밑그림이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너져가는 한국당 혁신위의 키를 잡을 인물은 많지 않다. 계파를 대표하지 않는 유력 당권주자도 없다. 거듭된 내홍과 갈등으로 자체혁신 동력은 아예 상실하고 난세의 영웅만 기다리는 보수 1당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