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유가… 사우디, 22일 소방수로 나선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6.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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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서 OPEC 회의, 사우디 '증산' 주장할 듯…
반미성향 이란·베네수엘라 반발 예상, 러시아 참여 변수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 /AFPBBNews=뉴스1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 /AFPBBNews=뉴스1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간 회의가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다.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7개월 만에 강력하게 원유 증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지만, 7년 전처럼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시 '운전대' 잡은 사우디… 증산 드라이브 건다
시장의 관심은 2016년 11월 감산 합의를 주도했던 OPEC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비(非)OPEC 산유국 대표인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자는 목소리를 낼지에 쏠려 있다.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유가 안정을 위해 증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고, 오는 8월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재개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게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CNBC에 따르면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탈 마켓 글로벌 자산 전략 수석은 "현재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 인프라도 정체기를 맞고 있어 증산이 쉽지 않은 만큼, 사우디가 다시 한번 운전대를 잡고 올해 원유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OPEC를 계속해서 압박하는 것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가가 너무 높다. OPEC가 유가를 올리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OPEC에 하루 100만배럴 증산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시 불붙은 유가… 사우디, 22일 소방수로 나선다
◇7년 전 최악의 사태 '파트2'?
하지만 사우디의 증산 요구에 회원국들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2011년 OPEC회의 이후 이번 회의가 "최악의 회의 파트2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11년 6월8일 OPEC회의 당시 국제 유가는 10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사우디는 유가 안정을 위해 일 원유 생산량을 150만배럴 증산하자고 제안했지만 12개 회원국 중 이란을 비롯한 반미성향 7개국이 강력히 반대해 이같은 안이 무산됐다. 당시 반대 의견을 던진 국가는 이란,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리비아 등이었다. 결국 사우디는 홀로 증산에 나서야만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의가 2011년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현 사우디 석유장관인 칼리드 알 팔리가 산유국들에 증산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 재개 위협을 받고 있는 이란과, 역대 최악의 경제위기로 원유 생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베네수엘라 등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일 원유 생산 목표량은 200만배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량이 이 수치 밑으로 떨어지더니 현재는 150만배럴 수준까지 하락했다. 베네수엘라 입장에선 원유 증산으로 인한 유가 하락이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이 자신들의 원유 수출을 막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증산 결정에 동참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최대 산유국 러시아 참여 변수… '증산' 목소리 낼 듯
다만 이번 회의는 2011년과 달리 러시아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다를 수 있다. 모하메드 빈 살람 사우디 왕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만나 OPEC회의를 앞두고 증산 여부를 놓고 회담을 갖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역시 증산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처럼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들이 대부분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지난 2년여간의 감산으로 인한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결국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대(對)미국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양의 셰일유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돼, 라이벌 러시아로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증산 카드를 꺼내 균형을 맞추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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