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버리고·비우고·아끼고…난 'Simple'하게 산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07.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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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SLOM'하게 산다-①] 소유보다 경험…'미니멀라이프'

편집자주 단순하고(Simple)·고급스럽고(Luxury)·유일하고(Only)·의미있게(Meaning)…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경험, 성능에서 가치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소비활동을 넘어 자아표현의 수단으로의 진화다. 'SLOM'하게 사는 2018년 대한민국의 소비 문화를 짚어본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빨간날]버리고·비우고·아끼고…난 'Simple'하게 산다
#직장인 이모씨(32)는 최근 집에 쌓아 둔 수백권의 책과 CD 수십장을 중고 장터에 내다 팔았다. 수년간 애지중지해온 애장품이지만 전자책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까진 읽기나 듣기보다 물건에 집착하고 있었다"며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경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가구와 옷, 책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집. 가능한 적은 물건을 소유하는 '미니멀라이프'가 한국에 상륙했다. 단순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최근 1년간 출판된 미니멀라이프 관련 서적만 10권에 달한다.

미니멀라이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소유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된 이들이 실천하면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실체가 있는 물건보다 경험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옮겨갔다.



단순한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이들은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미니멀라이프 트렌드 뿐 아니라 여유와 비움을 강조하는 북유럽의 생활 방식이 주목 받은 결과다. 직장인 박모씨(30)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비우고 버리는 삶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소박한 게 흠이 아니라 오히려 세련된 삶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식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양품(MUJI)의 제품들 /사진=무인양품장식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양품(MUJI)의 제품들 /사진=무인양품


장식을 최소화하고 기능에 충실한 제품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12월 광명시에 1호점을 연 이케아는 개장 첫해 전세계 450개 이케아 매장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일본의 미니멀리즘 열풍을 이끈 무인양품(MUJI)는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환경에 대해 부쩍 높아진 관심도 트렌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으로 지목된 패스트패션(빠른 유행에 따라 2~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만 입고 버리는 패션 트렌드)과 패스트푸드, 일회용품 소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적은 제품을 오래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경제적인 차원의 '근검절약'과 다른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선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와 렌트 서비스의 확산도 제품 소유를 줄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제품을 굳이 사지 않고도 언제든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렌트나 공유경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굳이 물건을 사서 소유하는 것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여전히 소비는 하지만 소유는 하지 않는 '탈소유'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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