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美 유명 백화점, 노숙자·실직자 숙소 변신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18.06.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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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등에 밀려 폐점한 점포의 재탄생…
전 직원 "내가 일하던 곳에 거주자로 왔다"

문을 닫은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의 점포 모습. /사진=블룸버그문을 닫은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의 점포 모습. /사진=블룸버그


미국의 4대 백화점 중 하나인 메이시스(Macy’s)의 한 점포가 집 없는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노숙자 임시 보호소'로 지난 9일 다시 태어난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메이시스 랜드마크점을 최근 조명했다. 이 점포는 지난해 1분기 메이시스가 폐점한 68개 지점 중 하나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15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백화점 안에는 명품 가방 전시장, 액세서리 코너 대신 60개가량의 침실과 샤워 시설, 급식소 등이 설치돼 있다. 백화점 측은 자선단체 카펜터와 협력해 이곳을 노숙자 보호소로 재탄생시켰다.



이 공간은 이제 카펜터 보호소에 등록된 노숙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2019년까지 임시 보호소 역할을 할 예정으로, 거주자들은 이후 카펜터가 건설 중인 새 보호소로 옮기고 점포는 다른 용도로 쓰일 계획이다.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1965년 문을 연 랜드마크점은 한때 알렉산드리아의 쇼핑 선구자와 같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유통공룡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이곳 메이시스 역시 버티지 못했다. 소매분석회사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문닫은 소매점이 6985개에 달하고, 올해는 1만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알렉산드리아의 전 시장 윌리암 에우릴레는 "과거 도시의 경제 엔진과 같았던 백화점이 빈 공간으로 남게 됐다"며 "이제 이 지역에 남은 오프라인 백화점이라곤 시어스(Sear’s)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점포 활용에 대해 메이시스는 1만 명 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일부로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보호소에는 메이시스에서 근무하다 실직한 노동자들도 거주한다.

10년간 랜드마크점에서 가격표 붙이는 일을 해온 카린 스미스는 "과거 일을 하던 곳에서 직원도, 고객도 아닌 거주자로 오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곳은 나에게 모든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역시 이 지점에서 어머니가 직장을 잃으며 노숙자 피난소를 전전하던 잘리 코맨더와 그의 동생은 "이곳은 엄마가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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