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뒤처진 北 산업…개혁·개방의 '실마리'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세종=정혜윤 기자 2018.06.1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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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속,쏙’ 알기]④중공업에 치중한 산업구조·자립적 경제노선으로 투자·선진기술 제대로 도입하지 못한 결과

편집자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남북 통일비용으로 최소 1조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보다 몇 배 가치가 있는 북한 광물을 개발할 수 있고, 북한 주민이 남북 통합경제에 편입돼 한반도에 5300만명의 노동인구가 생기는 긍정 효과가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남북 협력의 시너지효과로 흔히 거론되는 내용이다. 특히 북한 산업의 산업은 기술력이 낮고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는 투자할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한 자본에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그래픽 = 김현정 기자 그래픽 = 김현정 기자


북한의 산업 기술력은 남한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자동차, 조선은 1960년대 후반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남한의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군수산업 등 중공업에 치중한 산업구조, 자립적 계획경제로 투자와 선진기술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산업 투자도 재개됐다.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경공업, 농수산업, 과학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2013년 채택한 핵-경제 병진노선은 대북 경제제재 강화→외부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서 내부 자원을 동원한 자립경제 노선을 걸었지만 성장 동력은 점차 고갈됐다. 북한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1.9%에서 2016년 20.6%로 떨어졌다.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도 커졌다. 2014년 이후 대 중국 무역 의존도는 90%를 넘었다.

김 위원장은 집권 5년차를 맞는 2016년 36년 만에 7차 당대회를 열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핵심 과제로 발표했다. 목표는 산업의 정상화였다. 5개년 전략을 보면 북한 산업의 현주소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농·수산업에서 과학화를 통한 생산 증대를 요구했다. 아울러 산업 근간인 철도망 정비, 건설·건재 분야 발전을 강조했다. 또 특정 국가에 대한 편향성 제거, 관광산업의 중요성도 제시했다.



분야별로 볼 때 철강과 화학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산업분야다. 하지만 투자 규모나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북한 스스로 의미있는 개선은 불가능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북한 철강산업 기업 수는 20개 업체다. 생산능력은 제철 552만1000톤, 제강 650만2000톤, 압연 403만7000톤 수준으로 평가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공장가동률은 20~30% 수준에 머문다.

기계류는 중국 의존도가 특히나 높다. 북한은 중국에서 기계류 수입을 늘리고 있다. 2000년 1400만달러 규모에서 2005년 7700만달러, 2010년 2억4500만달러, 2014년 3억30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통신기기, 가전과 경공업은 북한의 주력 산업으로 손꼽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북한은 2013년 자체 휴대폰인 ‘아리랑’을, 최근에는 ‘평양타치’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동통신망 서비스 가입자수는 300만명으로 예상되며, 인구 100명당 가입자수는 11명에 불과하다.


북한의 산업은 지역 간 불균형도 문제다. 한국전쟁 이후 산업 연계성보다는 지역별 자족을 강조한 결과 평양을 제외한 지방은 산업 발전에 필요한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통일을 대비한 남북경협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당장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그간 유지돼 왔던 정부 특혜 중심의 ‘유치산업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 주도보다 민간 중심의 남북 분업구조를 구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초기 규모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 한-중, 한-베트남과 같은 분업구조를 만들어나가면 양쪽 다 윈윈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분업을 철강 산업에 적용한다면 남한이 북한 광물자원을 수입해 사용하고, 대가로 철강, 형강, 선재 등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철강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또 남한의 자본, 공정기술과 설비 공급 역량을 활용해 북한 최대 철강제철소인 김책제철소의 설비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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