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당선된 '열혈 워킹맘' 김소연 변호사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8.06.1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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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인물포커스] 두 딸 키우며 야근하던 변호사 엄마의 지방의원 도전기

동료 출마자들과 함께 유세중인 김소연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사진= 본인 제공동료 출마자들과 함께 유세중인 김소연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사진= 본인 제공


"문제가 보이면 못 참고 나서는 성격이 지방 선거에 뛰어들게 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대전 시의원(서구6 월평·만년)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김소연(36세) 변호사는 지역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학창시절부터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고 잘못된 것에 대해선 즉각적으로 바로 항의하던 성격이 오히려 정치권에선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고려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3년차 변호사인 그는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워킹맘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두 딸을 기르면서 밤 늦게까지 야근을 자주 하던 그에게 정치 참여 결심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적극적인 성격인 그가 언젠간 해보고 싶었던 분야가 '정치'였다. 남편과 로펌 대표의 격려도 한몫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그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선 가능성 높은 '광역의원' 후보로 발탁되자 근거없는 비난도 있었다. 일부 지역 시민단체에선 소위 '시민사회' 활동경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수저에 정치 경험없는 초짜"라는 인신공격도 있었다.



◇꽃길 아닌 흙길, 금수저 아닌 흙수저 변호사

경찰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둔 그는 '꽃길'만 걸어왔다는 시선에 억울함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겉으로 보여진 스펙만 보고 그런 얘기들을 하지만 흙수저 출신에 지금도 생계유지를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형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금수저'라는 비난조차 당당한 태도와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본 이들이 할 수 있는 오해라고 여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시절을 겪었다. 대학을 마치지 못한 채로 결혼을 했고 육아를 병행하며 생계를 위해 학원을 운영했다. 제법 잘 되던 학원이었지만, 공직을 꿈꿨던 그는 독학사를 취득해 로스쿨에 입학했다.


선거 공보물에 적힌 최종학력은 충남대 로스쿨 졸업인 그, 사실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한 뒤 두 곳의 대학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도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도전하는 성향이 드러난다.

중학교까지 대전에서 공부한 그는 남학생만 뽑던 민사고가 2회부턴 여학생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길로 바로 강원도까지 직접 찾아가 진학을 결심한다. 당시 민사고는 학비가 전액면제였던 점도 매력적이었다.

과학과 수학을 잘해 카이스트에 입학했지만, 그에겐 '법·정치·경제' 등 문과 분야가 더 끌렸다. 직접 사회공동체와 부딪히며 일하는 게 적성에 맞겠다는 생각에 고려대 경영학과에 다시 들어갔다.

◇촌지관행 등 교단 부조리 직접 따진 당돌한 학생

학창시절 에피소드도 예사롭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땐 시험지를 빼돌리던 선생님에게 사과를 받아냈다. 중학생 시절엔 촌지를 받고 점수를 올려 주려던 선생님에게 직접 부당함을 따졌다. 로스쿨에서도 교내 사건 처리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는 학생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사건에 대한 지역 언론의 허위보도에 대해 소를 제기해 결국 승소를 받아냈다.

눈 감고 지나가도 그에겐 피해가 가지 않을 사건들이었다. 원치 않은 적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김 변호사는 손해를 감수하고 타협하지 않았다. 옳지 않다고 여긴 부분에 대해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는 "주변에서 오해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성격이지만, 이제까진 제가 보기에 옳은 방향으로만 주장했고 결과도 승부로 따진다면 항상 이겨왔다"고 자평했다.

선거캠프 개소식에 참석한 박범계 의원(가운데)과 김소연 변호사(박 의원 왼편)/사진= 본인 제공선거캠프 개소식에 참석한 박범계 의원(가운데)과 김소연 변호사(박 의원 왼편)/사진= 본인 제공
◇"눈치보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향하겠다"

선거판에 처음 뛰어든 그에게도 낡은 관행이 먼저 다가왔다. 청탁이나 이권 개입을 위해 미리 접근을 하는 소위 '선거판 브로커'들이었다.

변호사인 그에게 브로커들이 "알지유~~?"라며 손을 뻗치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융통성과 위법, 무례의 경계는 한끗 차이"라며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법조인 입장에서 법의 엄중함을 알고 규범을 존중하고 준수하려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선 소감으로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전시가 경쟁력 있는 지방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눈에 띄는 활동을 해서 시민 누구나 바로 이름을 댈 수 있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법조인의 장점을 살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과 조례제정의 자율성 확보 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 개헌에 대해 힘을 싣고자 헌법 분야를 계속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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