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기업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8.06.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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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인터뷰]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박영훈 전무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박영훈 전무/사진=홍봉진 기자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박영훈 전무/사진=홍봉진 기자


“홈쇼핑이 TV를 통해 물건만 팔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박영훈 전무는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GS홈쇼핑을 TV를 통해 물건을 파는 기업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GS홈쇼핑은 혁신의 필요성을 깨닫고 일찌감치 ‘기업주도 벤처투자’(CVC)에 나섰다. 2011년부터 시작된 국내외 벤처기업 누적 투자 규모는 현재까지 380여개 스타트업, 2700억원을 넘어섰다.



누구나 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GS홈쇼핑의 외부 스타트업 투자는 혁신을 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홈쇼핑 전문 기업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이유



TV홈쇼핑 사업이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였던 시대는 지났다. TV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쇼핑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인터넷·모바일 쇼핑 기술 발전으로 촉발된 소비자 구매 변화가 유통의 구조를 바꾼 것이다.

지난해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78조2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으며, 이 중 인터넷 쇼핑은 30조3913억원(39%), 모바일 쇼핑은 47조8360억원(61%)에 달했다.

GS홈쇼핑의 인터넷·모바일 쇼핑 비중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1조863억원 중 인터넷·모바일 매출액은 3601억원, 33% 수준에 이른다.


이에 GS홈쇼핑은 새로운 채널, 마케팅, 구색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았다. 하지만 대기업의 특성상 빠른 변화가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결국 GS홈쇼핑은 외부 유망한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혁신을 내재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직접 벤처투자는 스타트업과 장기적 협력을 위해 찾은 해법이었다.

박 전무는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과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창의력과 추진력을 가진 스타트업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했다”고 GS홈쇼핑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GS홈쇼핑이 발굴한 스타트업은?

박 전무는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스타트업의 미래 재무적 이익 외에 본사의 혁신을 이끌어낼 시너지 여부, 경영진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GS홈쇼핑은 기존 핵심사업 또는 미래 전략사업과 협업이 가능한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한다. 현재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미래사업본부 아래 투자를 집행하는 ‘벤처투자팀’과 투자 후 성장을 돕는 ‘CoE’(Center of Excellency:전문가집단)를 두고 있다.

이렇게 투자한 업체인 ‘다노’(DANO)는 다이어트에 관련된 정보·제품·사이버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GS홈쇼핑 투자 이후 안정적 성장을 거듭해 다이어트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투자했던 ‘29CM’과 ‘스타일쉐어’가 합병해 여성 패션 산업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펫프렌즈’(PET FRIENDS)는 반려동물 용품 배달 서비스로 GS홈쇼핑에 입점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GS홈쇼핑은 직접투자한 헬로네이처, 29CM 등과 간접투자한 벤처펀드를 매각해 지금까지 224억원의 처분이익을 거뒀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에코 시스템’ 구축

박 전무는 “처음부터 스타트업 투자의 목적은 단기 이익이 아닌 변화를 통한 전략적 혁신이었다”고 밝혔다. 최고 경영진의 확신과 장기적인 비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자 대상은 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마케팅 분야로 한국, 미국, 중국, 동남아, 중동 지역이 주 타깃이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에코시스템’(Open Innovation Ecosystem)에 공을 들였다. 오픈 이노베이션 에코시스템이란 다양한 기업 조직들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를 돕고 성장하는 구조를 말한다.

GS홈쇼핑은 3년 전부터 매년 3~4차례 ‘GWG’(Grow with GS)라는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있다. 국내와 베이징, 싱가포르 등에서 벤처펀드 관계자를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열어 대기업과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간의 교류를 주선한다. 최근 5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AB180 등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벤처펀드 관계자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업 벤처투자가 활발하기 위한 조건

기업벤처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몇 가지 필요한 조건이 있다. 먼저 새로운 기술과 사고를 가진 청년들의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해야 한다. 또한 투자가 ‘갑질’이 아닌 상호간 ‘이익과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 전무는 “청년들의 창업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간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자간 ‘기여와 보상’이라는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 지주회사의 스타트업 투자가 제도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지난달 1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 후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대기업 벤처투자의 제도적 제약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가올 미래는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산업을 등장시켜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고 기존 기업을 퇴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GS홈쇼핑의 기업주도 벤처투자는 기업간 상생과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 새로운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박영훈 전무/사진=홍봉진 기자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박영훈 전무/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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