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안보지형, '북미 데탕트' 타고 재편되나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8.05.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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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새로운 질서 태동, 북미 정상회담 결과 따라 전통적 '한미일vs북중러'구도 변화 가능성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한 차량이 공동경비구역(JSA) 호송차량의 경호를 받으며 통일대교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실무진들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성 김 전 주한대사가 이끄는 미국측 대표단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 뉴스1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한 차량이 공동경비구역(JSA) 호송차량의 경호를 받으며 통일대교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실무진들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성 김 전 주한대사가 이끄는 미국측 대표단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 뉴스1


'신 냉전체제'가 이어져 온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최종관문'을 앞두고 있지만 이념과 영토, 통상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던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의 안보지형이 새로운 변화를 맞는 형국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한국과 일본을 동맹으로 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중요 변수다.



미국 본토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레드라인(임계선)이 됐고, 통상문제와 군사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리스크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안보적 3각 공조를 공고히 하는 축으로 작동했다.

한반도 주변 4강의 이해관계는 난마처럼 얽혀있다.



미국과 중국은 통상전쟁에 이어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부딪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맞서 핵추진 항공모함을 파견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등 이 해역에 대한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각을 세우면서 시리아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격전지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놓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잇따라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간 대화 움직임은 한반도 주변국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남북미의 움직임에 '자국 패싱'을 우려하며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빅딜'을 넘어 북미간 경제협력체제로 이어질 경우 전통적인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다층, 중층적 구도로 변모해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미국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동북아 안보구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경우 이 지역이 '협력성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질서체제로 재편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간 우호 관계가 형성되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밀착돼 있는 한국처럼 북한은 중국과의 안보적 긴밀함을 바탕으로 미국과 경제협력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 문제를 동북아 균형 외교라는 큰 틀에서 풀어야 하는 이유다.



국책 안보기관 관계자는 "남북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라며 "미일중러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남북 모두 안보와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성격과 역할, 위상 변화는 불가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북의 평화체제를 기점으로 동북아 안보지형이 바뀌게 되면 역내 공동안보를 위한 군사기구로 전환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미동맹을 '다자차원'에서 재편하자는 주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한미 양국에서 공히 거론된 바 있다. 당시 남북 관계는 김대중 정부 시절 개최된 첫 남북 정상회담으로 호전된 상황이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미 행정부의 안보정책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네오콘(신보수주의)이 장악한 상황이었다.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유럽연합’과 같이 항구적인 평화와 공동번영을 목표로 한 '동북아시아연합'의 태동도 그 출발점은 남북문제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안보기관 관계자는 "경제대국인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인접한 북방 지역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주목받아 왔다"면서 "안보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EU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견주는 대규모 경제권역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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