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 의혹' 양승태 前대법원장, 검찰 수사 받나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5.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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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이동훈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이동훈 기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3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평판사가 사찰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직접 형사고발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3차 조사를 맡은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25일 조사보고서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김 대법원장은 보고를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사 결과를 면밀하게 잘 살핀 다음 구체적인 입장은 다른 기회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3차 조사 결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대법원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부적절하게 유착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그러나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진 증거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특조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취재진에게 "형사처벌 대상으로 수사의뢰 또는 고발 조치할 사례는 없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특조단은 49명의 관계자들을 대면 또는 서면으로 조사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일각에선 '셀프 조사'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특조단이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법원 내부에선 반발이 일고 있다. 평판사인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41·사법연수원 35기)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을 통해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이 직무상 범죄를 발견하면 고발할 의무가 있다. 판사도 공무원"이라며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김명수) 대법원장도 그리 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과거 법원행정처에 의해 사찰을 받았던 피해자들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을 당한 다른 판사들까지 그에게 동조할 경우 고발인원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뉴스1김명수 대법원장./사진=뉴스1
양 전 대법원장은 이미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수차례 고발을 당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 6월과 올 1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내부제보실천운동, 올 1월엔 참여연대와 시민고발단이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동안 검찰은 법원의 자체 조사 등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법원과 검찰이 가진 관계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수사에 섣불리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 전국 각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6월11일 임시회의를 열고 특조단의 발표 내용와 제도 개선, 추가 조치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이 추가 조사 또는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을 경우 김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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