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위기국면에…남북 정상 '직접 담판' 의미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8.05.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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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한 달 만에 전격 정상회담…전문가 "판문점선언 정신 부합…정상 수시만남 약속 이행"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나 백두산 그림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나 백두산 그림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개최했다. 최근 조성된 한반도 위기 국면과 관련해 당사자인 남북 정상이 직접 마주앉아 문제 해결을 시도했단 점에서 의미가 있단 평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 정상이 이날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양측 합의에 따라 회담 결과는 27일 오전 10시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이번 회담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회담 사실이 사후에 공개됐다. 이번까지 네 차례 남북정상회담 중 비공개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회담이 급박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의 실현으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판문점선언은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해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 하며,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내용과 형식 모두 판문점선언 정신에 부합한다. 형식 면에서 지난번 판문점 남측에서 했는데 이번엔 북측에서 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의 예행연습으로 볼 수 있다"며 "또 판문점선언에서 양 정상이 수시로 만나기로 한 것을 이행하는 것이며, 양 정상이 그만큼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만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시기적으로 북미간 정상회담 취소와 재개가 임박한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며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6·12 북미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회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늘 회담은 우리쪽에서 먼저 제의했을 것이라고 본다"며 "현재 남북관계도 경색되고 북미회담도 좌초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 미국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북한의 이야기도 들으며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의 결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의 위기국면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남북이 중심이 되어 함께 돌파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단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큰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상회담은 지난 26일 북측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개최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뒤 10일 만에 전격 개최됐다. 양 정상은 이날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급속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도 다시 해빙기를 맞고 고위급회담도 조만간 재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을 통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 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지금은 부적절하다"며 "최근 북한이 보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고려할 때 이번 만남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측은 반나절 만인 25일 오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며 즉각 몸을 낮췄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위해 백악관을 나서던 중 기자들에게 "그것(북미정상회담)은 심지어 12일에 열릴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북미회담 재추진을 위한 북미 간 실무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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