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래소, 中기업 IPO 재개…푸젠성·1차산업은 안받는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8.05.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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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중국 당국 심사 기준 참조…우량기업에만 IPO 기회 제공"

[단독]거래소, 中기업 IPO 재개…푸젠성·1차산업은 안받는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8월 컬러레이홀딩스 상장 이후 사실상 중단했던 중국기업 IPO(기업공개)를 조건부 재개한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중국기업 사례를 참고, 푸젠(福建)성 소재 기업이나 1차산업(농업·어업·광업 등) 업종은 사실상 상장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최근 각 증권사 상장업무 실무자들에게 푸젠성 소재기업이나 1차산업 업종은 실사·회계 관련 조건을 까다롭게 살피겠다고 알렸다. 이같은 방침은 중국 증시 상장 대상기업을 심사하는 CSRC(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기준을 참조한 것이다.

거래소가 이같은 방침을 밝힌 이유는 그간 국내 증시에서 회계문제를 일으켰던 1세대 중국 기업 대다수가 푸젠성에 위치했거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1차산업·제조업종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중국 기업 총 10곳 중 5곳이 푸젠성 소재 기업이다. 2007~2011년 증시에 상장한 1세대 기업인 △중국원양자원 △중국고섬 △연합과기 △화풍방직 △완리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더해 지난해 푸젠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내 브로커 관련 불법행위 제보가 거래소에 날아들면서 더욱 경계대상이 됐다.

이호성 한국거래소 기술상장기업부장은 "중국 상해 증권거래소에도 1차산업업종 중 상장기업은 1~2곳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젠성의 경우 중국 내에서도 회계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는 지역으로 국내 심사 기준에 현지 규제동향을 파악해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가 제한적으로 중국 기업의 IPO를 재개한 것은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중국 기업 다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홍콩 증시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우량 기술기업의 상장 기회마저 제한한다는 안팎의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잇따른 상장폐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 일부는 수년 전부터 해외IPO 전담팀을 두고 중국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DB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중국 IPO 전담팀을 운영중이다.

주관사는 거래소의 높은 심사 잣대를 충족시키고 얼어붙은 '투심'을 녹여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주관사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 기관 투자자 설득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판단, 싱가포르 등지에 해외IR 활동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일단 미래에셋대우가 골판지 제조업체인 그린페이퍼머티리얼홀딩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물꼬'를 텄다.

한 증권사 해외IPO팀 팀장은 "중국기업이 국내 증시를 찾는 이유는 본토나 홍콩 대비 상장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유동성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아직 중국 금융시장이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이들 기업이 국내 증시를 찾고 있지만 이런 격차가 유지되는 것도 불과 2~3년 정도가 한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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