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https://thumb.mt.co.kr/06/2018/05/2018052315528273801_1.jpg/dims/optimize/)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수의가 아닌 짙은 색 양복 차림으로 출석했다. 손에는 재판에 앞서 낭독할 입장문이 든 것으로 보이는 서류봉투가 들려있었다. 수갑은 차지 않았다.
검찰 진술이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미리 적어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진술을 거부하라고 하기도 하고, 재판을 거부하라는 주장도 많았다"며 "아무리 억울해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은 재판에 불리할 수 있다고 강력히 만류했지만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설득했다"며 "재판부가 신빙성을 검토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뒤이어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사업에 참여했다.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염려돼 만류했지만 정세영 회장이 괜찮다고, 정주영 회장도 양해했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여년 간 회사 성장 과정에서 소유 경영 관련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맞나 의문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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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은 개인사를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이후 중소기업에 들어가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했다"며 "어머니는 제게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잘 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기부하고 장학금을 만든 것도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울음을 참으려는 듯 몇 번 돌아서서 기침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기업들을 상대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몇 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오랫동안 검찰이 수사했지만 불법자금은 없었다. 저 자신이 부정한 돈을 받지 않고 실무선에서의 가능성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제게 사면 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발언했다. 끝으로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와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 피고인으로 서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이후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잠시 확인한 뒤 10여분 간 휴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절뚝이는 걸음걸이로 구치감으로 이동했다.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돌려 가볍게 인사하기도 했다. 재판은 오후 3시20분 재개돼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이 들어오자 방청석에 앉은 노인 2명이 일어나 인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천히 걸어들어와 피고인석에 다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