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전자원 보존 중심에서 산업화 '특급 도우미'로 변신
“당시 지하 얼음창고 200m 지점까지 들어가 그 곳에 보관중인 세계 각국의 여러 종자를 직접 확인했다. 그곳에서 농촌진흥청에서 보내온 씨앗들도 볼 수 있었다. 감동 그 자체였다. 기후 변화로 지구가 망할 수도, 핵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인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만약 그렇게 100만년 전 원시시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종자(種子)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이같은 ‘종자전쟁’ 최전선에 있다. 1987년 ‘농진청 종자은행’으로 출범, ‘농업유전공학연구소 유전자원과(1991년)’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2008년)‘으로 문패가 바뀌는 동안 만 30년을 농업유전자 ’국가 컨트롤타워‘로 일해 왔다. 공자의 표현을 빌면 ’30세는 이립(而立)‘ 이니, 이제 그 뜻을 세우고 펼칠 시기가 온 셈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다양성보존실, 식량자원평가실, 원예특용자원평가실 등 모두 7개 시설로 구성돼 있다. 이중 보존기술실과 국가관리실은 수원에 위치한 중부지소에서 운영중이다. 유전자원 보존이 목적이다 보니 내구연한이 최소 100년, 리히터 규모 7 지진에도 끄덕 없는 첨단 시설이다.
온·습도 차단을 위한 5중 바닥은 물론 벽도 3중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전기공급도 3중 시스템이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 소화설비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주요 시설로는 30만 자원을 영하 196도로 유지하는 초저온보존시설(수원)과 10만 자원을 영하 80도에서 영구보존할 수 있는 DNA은행(전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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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유전자원센터는 이를 위해 민간 종자회사, 미생물 산업체 등과 소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고객이 원하는 특성에 맞춰 유전자원을 발굴하고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보유한 유전자원이 관련 산업에 활용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농산업의 고부가가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인근에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와 정읍 ’농축산용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등 농진청 보유 농업유전자원을 놓고 협업할 수 있는 산학연 클러스터도 조성됐다. 네덜란드가 종자기업과 대학 연구소, 정부기관 등이 함께 한 ’시드밸리(Seed Valley)‘를 중심으로 세계 종자산업을 주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가 최근 소속 연구원과 민간업체를 매칭하는 ’1기업 1인 전담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올들어 종자기업들과 종자산업 활성화 토론회(2월), 컨설팅 수요조사(3월), 종자협회 경영자 간담회(4월), 기업방문(수시) 등이 부쩍 활발해 진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원예를 중심으로 한 유용형질 대량평가 공동연구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유전자원 핵심집단 구축 및 육종소재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을 중심으로 작목기관, 종자산업, 대학 등과의 협업을 준비중이다.
2019년부터 기능성이 강화된 새로운 유망육종모본자원 2000점을 발굴하고 민간종자산업에서 목표로하고 있는 육종개발과 현안형질을 연계한 특성평가 작업도 추진한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기술지원도 적극 나서왔다. 최근에는 가나에서 한국-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협의체(KAFACI) 12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농업유전자원관리 역량 강화 워크숍‘도 진행했다. 케냐와 나이지리아의 경우,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 중요 유전자원 중복 보존을 희망할 정도다.
손성한 농업유전자원센터장(56)은 “나고야의정서 발효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를 고려할 때 농업유전자원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종자산업계와의 공동연구 및 유전자원 정보 공유를 통해 대한민국 종자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