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發 신흥국 위기설…한은 "우리 경제 영향은 제한적"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2018.05.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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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외환보유액 확충 등 韓 대외건전성 양호…신흥국 위기 전세계 번지면 영향 배제 못해

아르헨發 신흥국 위기설…한은 "우리 경제 영향은 제한적"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신흥국발 '6월 위기설'이 거론되지만 외환당국과 많은 전문가들은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근거로 신흥국 통화위기가 한국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안심하기만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한국으로선 출렁이는 신흥국 금융시장 상황에 태연할 수 없으므로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설의 불씨를 지핀 건 높아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올 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 국채 금리 상승세로 공포에 휩싸였다. 미 경기 호조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시장에선 이미 연준의 6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고 하반기 2차례 추가 인상 전망까지 힘을 얻고 있다. 금리 상승과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이던 달러 가치가 최근 강세로 돌아서면서 신흥국 자금 유출과 통화 가치 급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외환당국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신흥국 위기가 '제2의 외환위기'로 이어질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데다 탄탄한 외환방어막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4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984억2000만달러로 사상 첫 4000억달러 돌파를 눈 앞에 뒀다. 3월 경상수지는 73개월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해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한 데 이어 캐나다,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과도 새로 체결하면서 '외화 안전판'도 확보해뒀다.

아르헨發 신흥국 위기설…한은 "우리 경제 영향은 제한적"
원/달러 환율도 1060~1080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에 지난달 25일 1080원선을 넘어섰지만 이달 14일 현재 1060원대로 돌아왔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국내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크게 완화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위기가 발생한 일부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등 측면에서 건전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고 시장도 안정적인 모습"며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신흥국 위기가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질 경우 한국도 무관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한미 금리가 이미 역전된 상황에서 미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한국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될 경우 한국도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 성장세가 꺾일 경우 국내 수출에 부정적이며, 미 금리인상 가속화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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