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행동주의 투자자 아이칸에 졌다… 제록스 인수 최종 무산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5.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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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아이칸·디슨, 제록스 저평가됐다며 합병 반대 소송… 후지필름 추가 협상조건 제시 없이 인수 포기

/사진=Bloomberg./사진=Bloomberg.


후지필름의 미국 사무기기 업체 제록스 인수가 행동주의 투자자에 의해 최종 무산됐다. 양사 합병을 추진했던 제록스 CEO(최고경영자)와 이사진도 무더기 사퇴하고 반대 측 인사들로 채워졌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록스는 이날 일본 후지필름 홀딩스와의 합병 합의를 최종 폐기하고 칼 아이칸, 다윈 디슨 등 대주주들과의 새로운 협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칼 아이칸(9.7%), 다윈 디슨(15.2%)은 제록스 지분 총 24.9%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다.



이밖에 기존 합병안을 추진했던 제프 제이콥슨 제록스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이사진 6명이 전원 퇴진하고, 아이칸과 디슨 측 인사들이 이 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제록스 이사회 의장은 아이칸의 CEO 키스 코자가 부임할 예정이다.

올해초 후지필름은 제록스 지분 50.1%를 61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양사가 만든 합자회사 후지제록스를 제록스사가 인수하고, 후지 필름 측이 새로 생성되는 '뉴 후지 제록스'사의 지분 50.1%를 갖는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아이칸과 디슨 측은 '인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다'며 반대의사를 표해왔다. 디슨 측은 지난 2월 인수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제이콥슨 CEO가 투자자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한다는 '신의성실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아이칸 역시 여태껏 10여 차례 주주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며 제록스 경영진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주 고등법원이 이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인수 잠정 중단을 결정했고, 후지필름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법원의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빠른 시일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후지필름은 법원의 결정 이후 특별한 행동에 나서지 않다가 결국 인수를 최종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제록스 측은 "그동안 후지필름에 새로운 협상조건을 요구했지만 기한 내 응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이 인수 잠정 중단 결정을 내리고 주주들의 합병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인수가 추진되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아이칸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록스가 무분별하게 회사를 후지필름에 넘기려는 계획이 무산돼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후지필름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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