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참모들이 본 文대통령…"수고했습니다" 최고 칭찬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8.05.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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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왜" 반복하는 호기심천국, 보고서 박스에 담아 관저 퇴근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3.1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3.12.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은 정확히 1년 전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1년 동안 청와대 직원 약 500명과 호흡하며 국정을 이끌었다. 문 대통령을 여민1관 집무실 및 회의실, 본관, 관저 등에서 만난 이들의 평가는 비슷하다. 칭찬과 질책 모두에 인색하고 "왜"를 반복해 묻는다. 밤새도록 보고서를 독파하는 직장 상사, 아니 대통령이다.

◇"수고하셨습니다"면 감개무량 = 문 대통령은 참모들의 보고를 받고 나서나, 회의를 끝낼 때 주로 "이쯤 할까요"라고 한다. 가치중립적 마무리다. 보통 주로 쓰는 "고생하셨습니다", 혹은 "수고하셨습니다"와 같은 말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질책과 칭찬 모두 문 대통령의 입에서 듣기 힘들다고 알려졌다. 보고가 미흡했다거나 회의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자주 하지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보고를 잘 했다거나 회의 성과가 좋았다고 격려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원들의 기를 죽이지는 않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띄워주지도 않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참모들 입장에서는 묘한 긴장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밖에 없다. 질책을 들었을 경우에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생각하면 된다. 반면 문 대통령으로부터 종종 "이쯤 할까요" 대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참모들의 경우 매우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문재인의 호기심 천국 = 한 참모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호기심 천국'이라고 했다. 각종 현장 일정에서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도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참모들의 말을 자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끝까지 듣고 "그런 것은 왜 그렇죠"라고 한 마디할 뿐이다.

참모들 입장에서 대통령이 "왜"를 끊임없이 묻는 게 곤욕일 수 있다. 더 큰 어려움은 "왜"에 대해 정확한 답을 못했을 때라고 한다.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논리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문재인의 호기심천국'은 법적인 내용까지 따져가며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업무가 돌아가는 방향 및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고 있기 때문에 "왜"가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당히'가 안 통한다는 말도 된다.


◇올빼미족, 보고서 읽기가 취미? =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부터 아침이면 문 대통령의 눈이 붉게 충혈된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새벽까지 책이나 보고서를 보며 사안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페이퍼'를 밤새 읽으며 학습하는 것은 소장을 뒤지던 변호사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런 경향은 이어졌다. 각 수석실 및 비서관실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남김없이 읽는 스타일로 전해졌다. 주말을 앞두고 여민1관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박스에 담아 관저로 향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참모들이 보낸 보고서를 주말 내내 읽기 위해서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가정한 상황극보다 '페이퍼 읽기'를 선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을 하루 앞두고 "특별히 리허설을 한다든지, 대역을 활용한다든지 그런게 없었다"며 "하루종일 자료를 읽고, 또 읽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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