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기술도 사업화까지 '산 넘어 산'…"팁스 후속지원 절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18.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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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벤처 산실 팁스]올해 지원 종료 스타트업 200개 쏟아져…'포스트 팁스' 도입돼야

세계최초 기술도 사업화까지 '산 넘어 산'…"팁스 후속지원 절실"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출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도약과 정체의 기로에 섰다. 창업 후 2~3년 동안 받은 팁스 지원이 본격적인 사업화를 눈앞에 두고 끊길 위기에 처해서다.

정부가 팁스 졸업기업 중 민간투자를 유치한 유망 스타트업을 추가 지원하는 ‘포스트 팁스’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관련예산(450억원)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엔젤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팁스 지원이 종료되는 스타트업은 200곳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도입된 팁스는 민간에서 기술창업기업을 선별·추천하면 정부가 R&D(연구·개발) 및 시제품 개발 등에 최대 9억원을 매칭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원기간은 기술개발 과제에 따라 최장 3년이다.

팁스 지원을 통해 기술개발을 끝냈어도 사업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업계에선 후속지원이 끊기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빛도 보지 못하고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6년 10월부터 팁스 지원을 받은 폴라리언트의 장 혁 대표는 “제조업 기반 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은 기술개발 후에도 상용화까지 인력과 비용 등 추가적인 자원 소모가 크다”며 “대기업과 기술제휴를 할 때도 기존 제품과 호환성, 신뢰성 등을 모두 따지기 때문에 실제 제품 양산 때까지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팁스 지원을 받아 세계 최초로 ‘편광현상’을 응용한 실시간 실내 위치인식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GPS(위치확인시스템)와 달리 실내에서 쓸 수 있는 GPS 기술이다. 오차범위는 5㎝ 이내다. 현재 자율주행차나 실내이동 로봇에 쓰일 상용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장 대표는 “팁스 지원으로 기술개발과 1억~2억원 들어가는 시제품 제작이 가능했지만 사업화까지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어 후속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보안솔루션 스타트업 한국스마트인증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회사는 창업 1년째인 2016년 팁스 창업팀에 선정되면서 사업자금 약 7억원을 지원받았다. 4세대 암호기술 ‘동형암호’를 기반으로 지문, 홍채 등 생체인증기술을 접목해 국내외 특허를 받았다. 올초 30억원 넘는 후속투자를 받고 동형암호와 블록체인 기반의 ‘1인1표 전자투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연내 상용화가 목표다. 문기봉 한국스마트인증 대표는 “그나마 올해초 후속투자를 받고 상용화 단계까지 버틸 시간과 자금을 얻었다”며 “기술개발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실제 사업화까지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속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벤처업계에선 초기 ‘기술개발’과 후속 ‘사업화’ 두 측면의 지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엔젤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 팁스 지원은 기술연구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창업 이후 성장까지 지원하는 부분은 미흡하다”며 “‘포스트 팁스’가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추경안 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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