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 전 포스코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진=김고금평 기자
그의 반전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극적인 이끌림과 비슷했다. 좋은 학벌, 대기업 CEO 등 거창한 신분으로 살았던 인생에 찾아온 누추하지만 순수한 내면의 향기에 그는 단숨에 넋을 잃었다. 조용경(67) 전 포스코 엔지니어링 대표이사이자 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얘기다.
반세기 가까이 ‘기계’와 살아온 그가 ‘자연’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 맡았던 잠깐의 흙냄새에 다시 취할 줄은 그 자신도 몰랐다.
“은퇴 후 우연히 기업 후배 제안으로 미얀마에 재미 반 휴식 반으로 갔는데, 의외로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방문했더니 고향(경북 문경) 생각이 절로 났고 3, 4번 가니 전생에 제가 여기 있었던 게 아닐까 확신이 들더라고요.”
“양곤에서 수도 네피도까지 한 300km 되는데, 가난하고 시설 안 좋은 미얀마 14개 주 가운데 12 주를 모두 방문했어요. 인구 65%가 전기 혜택도 못 받고 살지만, 가난 뒤에 숨은 얼굴과 마주할 때 느끼는 행복과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4년간 미얀마를 누비며 한권의 책으로 엮은 조용경 전 포스코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진=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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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가 그들 앞에서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얘기하는 건 실례”라며 “사회주의 체제나 군부의 독재 같은 정치적 상황을 제외하면 사람 속에 황금이 가득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2007년 어떤 기회로 북한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은 종교, 거주이전 등 어떤 자유도 없는 곳이지만, 미얀마는 정치적 반대의 자유만 제외하고 모든 자유가 허락돼요. 아웅산 수치 정권이 군부와 맞서 살얼음을 걷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국민이 아웅산 수치 정권에 표를 몰아 줄 정도로 민주화 열망도 거세지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잘 안 알려진 미얀마에 모두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봐요.”
조용경 전 포스코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진=김고금평 기자
“미얀마에 갈수록 말년에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그곳에서 새마을 운동처럼 가구마다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이나 가난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교육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위 ‘박태준맨’으로 불리며 정치와도 인연이 적지 않았던 그에게 관련 책을 쓸 계획이 없느냐고 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제가 모신 분의 이야기를 쓰려면 안 좋은 얘기도 다뤄야 하는데, 그럴 자신도 없고 도리도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