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일가 퇴진" 가면 쓰고 촛불 든 대한항공 직원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18.05.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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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연대, 4일 밤 7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집회 개최…100여명 참가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스1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스1


"조양호 OUT!"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촛불집회를 열었다. 최근 '갑질' 논란에 이어 밀수 의혹 등 총수 일가를 향한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4일 밤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및 갑질 근절 1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일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으로 노조의 개입없이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조양호 일가의 갑질 논란에 쏠린 큰 관심을 반영하듯 광화문 인근을 지나던 수백 명의 시민이 발걸음을 멈췄다.

집회 참가자들은 얼굴에 흰색 가면을 쓰거나 마스크를 끼는 등 신분을 노출하지 않았다. 사측에서 집회에 참석한 직원을 찾아내 불이익을 줄 것을 우려한 탓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실제 촛불이 아닌 꺼지지 않는 LED 촛불도 사용했다.



집회 시작 전 흰색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하나둘 도착할 때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조양호는 물러나라" "갑질폭행 이명희를 구속하라" "지켜내자 대한항공" 등의 구호도 함께 나왔다.

본인의 제복을 직접 입고 나타난 직원들도 다수 보였다. 이들은 "조양호 OUT"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조양호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또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등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사회는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일으킨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맡았다.


박 전 사무장은 "우리는 대한항공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조씨 일가의 욕설 갑질을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회를 보던 박 전 사무장은 잠시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본인이 17년 전 대한항공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다가 해고된 노동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마이크를 잡고 "여기 모인 분들의 기운을 모아서 조양호를 퇴진시키고 대한항공을 새롭게 만들자"고 말했다. 뒤이어 대한항공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앞으로 나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대한항공 한 직원은 "이전에도 조양호 회장이 물러난 적이 있지만 결국 복귀했다"며 "특정 개인이 물러나는 것보다는 직장 내 갑질 문제를 해결해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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