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때와 다른 반응…금융권, 윤석헌 금감원장 내정에 기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송학주 기자, 주명호 기자 2018.05.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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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이해도 높다" 긴장보다는 기대…이건희 차명계좌 등 재벌개혁 성향에 대기업 계열 '긴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 내정자. 사진은 지난해 8월 열린 '제1차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모습. / 사진=뉴스1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 내정자. 사진은 지난해 8월 열린 '제1차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모습. / 사진=뉴스1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가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되자 금융권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 내정 때 긴장했던 것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기도 하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기대감이 컸다. 다만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윤 교수가 재벌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가 4일 윤 교수를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하자 금융권은 예상했던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 내정자는 그동안 꾸준히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또 개혁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참여연대 출신인 김 전 원장과 비교하면 온건 개혁파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김 전 원장 내정 때 "김기식만 아니었으면…" 했던 금융권은 윤 내정자에 대해선 담담한 모습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혁성향이 강하다고 하지만 시장을 잘 아는 분이라 합리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세세하게 금융권에 간섭하거나 과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산타클라라대와 노스웨스턴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사(MBA)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윤 내정자는 한국은행을 거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한림대 및 숭실대 교수를 지내며 한국재무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한국거래소, HK저축은행, KB국민카드, ING생명 등 거의 전 금융업권에 걸쳐 사외이사를 지냈다. 또 금융정책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과 금융위원회 외부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 관료 못지 않게 정책과 공직사회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윤 내정자는 금융을 전공한 정통 학자"라며 "금융원리는 물론 금융당국과 시장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 이전 금감원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감독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윤 내정자는 지난해말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아 금융행정 관련 업무에 대해 금융위원장에게 개선방안을 권고하는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금융 감독방향에 대한 윤 내정자의 철학이 모두 담겼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금융행정혁신 보고서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개진해왔다"며 "금감원장으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면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 등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윤 내정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과 소득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등 재벌개혁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과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한 적이 있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등에 대해 개혁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를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점은 금융권 전체에 부담이다. 윤 내정자는 한국거래소 공익대표 사외이사를 지낸 적이 있는데다 금융행정혁신위를 이끌며 낙하산 방지 및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했다.

윤 내정자가 금융행정혁신 보고서에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 재조사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권고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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