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벽 시간대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파쇄된 문서가 발견됐다. /사진=김영상 기자
파쇄된 문서는 50리터(L) 규모의 반투명 비닐봉지나 대형 쇼핑백 등에 담겼다. 인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회장 자택에서 나온 파쇄 문서 규모는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것만 A4 용지 1000장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오래된 보증서는 1977년 4월 미도파백화점 5층 금은방에서 발급된 것으로 330돈짜리 ’아주발 대접’이었다. 아주발 대접은 아이의 밥그릇과 국그릇 등 식기를 의미한다. 보증서가 오래돼 금의 순도는 확인이 어려웠다. 순금이라면 현재 시세로 5600만원 정도다.
다량의 파쇄 문서 배출을 놓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범죄와 연관된 서류를 파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취재진이 확인한 폐기물은 관세청의 자택 압수수색 이후 나왔다.
관세청은 21일 조 회장과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사는 평창동 자택을 비롯해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자택,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취재진이 포착한 파쇄 문서들이 일련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관세청이 놓친 자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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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자택에서 이 같은 파쇄 문서들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증언도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총수 일가의 갑질 의혹을 내사하고 관세청이 압수수색을 하는 와중에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평창동 조 회장 자택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A씨는 “일하는 동안 파쇄한 문서를 버린 기억이 전혀 없다”며 “이명희 이사장이 평소 포장박스 하나도 마음대로 못 버리게 했기 때문에 확실히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