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남북 '완전한 비핵화' 최초 명시

머니투데이 남북정상회담프레스센터(고양)=백지수 기자 2018.04.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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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8 남북정상회담]…"'핵 없는 한반도' 표현에 주목"…6.15선언, 10·4 선언에서 '퀀텀점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마무리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마무리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 비핵화’ 문구가 담겼다. 역대 남북정상회담 최초다. '핵 없는 한반도'에 대한 강한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판문점 선언’을 보면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이어 "남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썼다.



'한반도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 등의 표현에서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결과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평화의 수준이 한층 더 발전했다는 평가다. 앞선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표현들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다는 것이 정상회담 선언 문구로 나오면 합의의 수위가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 체제 선언, 남북 관계 발전 등 세 가지가 남북공동선언에 동시에 올라온 적은 없다, 옛날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데 주목했으면 좋겠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문에는 북한 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없었다. 당시 남북이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원칙에 합의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협력 등을 약속해 평화 기류가 조성됐음에도 북한 핵 문제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선언한 '10·4 정상 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서는 '핵' 문제가 언급되긴 했지만 단순 선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9·19 공동성명)' 등 앞선 합의 이행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약속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1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같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선언의 의미가 흐릿해졌다. 오히려 북한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새로운 통치자로 등장한 김 위원장이 잇단 핵 실험을 통해 한반도 안보를 위협했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선언'에선 남북간 신뢰가 배경이 됐다.

선언문에서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은 최근 북한의 핵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조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한 것은 한국도 북한에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동반자로서 신뢰를 보낸다는 점을 문서화 해 분명히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한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한국은 북한이 원하는 '경제 협력'을 서로 약속하면서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다. 남북은 선언문 다른 조항에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경제협력을 위해선 비핵화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를 통해 남북이 서로 주고받는 것을 지키자는 진정성을 (선언문에) 담으면 의미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회담 내내 여러 발언을 통해 진정성을 나타냈다는 점도 이날 합의의 실제 이행 가능성을 높게 전망할 근거가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오전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원점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한 말도 곱씹어보면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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