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웃는 남자’, 주말에는 더 비쌉니다

김서연 ize 기자 2018.04.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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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주말에는 더 비쌉니다


지난 10일, 뮤지컬 ‘웃는 남자’의 1차 티켓 오픈 공지와 함께 공개된 가격이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평일(화수목)보다 주말(금토일 및 공휴일) 티켓 가격을 좌석 등급별로 전부 1만원씩 높게 책정한 것이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2012년 뮤지컬 ‘엘리자벳’ 초연 당시에도 이처럼 요일별 차등요금을 책정한 바 있는데, 그 이후 모든 회차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웃는 남자’ 초연을 제작하며 다시 국내에서 제작한 대극장 뮤지컬 티켓 최고가를 14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시켰다.

이와 관련해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초연 무대의 세트와 의상 등에 큰 공을 들이고 있고, 기술적 측면으로도 이전에는 적용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 부득이하게 금액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작비 상승에는 높은 개런티를 줄 수밖에 없는 캐스팅도 중요한 원인이다. 2016년 뮤지컬 ‘팬텀’ 이후 흥행보증수표가 된 박효신, 인기 아이돌 그룹 EXO 멤버인 수호를 동시에 캐스팅한 결정이 티켓 금액의 상향 책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흥행을 위한 투자에 따라 제작비가 올라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특히 인기 스타의 캐스팅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많은 공연들의 완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올라가는 제작비를 관객들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웃는 남자’는 각각 42일과 48일씩 예술의전당과 블루스퀘어에서 나누어 공연한다. 제작사는 제작비 환수를 위해 9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두 군데에서 공연을 한다는 입장이다. 예술의전당은 기획공연 일정이 먼저 정해진 후 정기 대관 공고를 통해 나머지 기간의 신청을 받는다. 이 때문에 42일 이상의 대관을 신청할 수 없었다. 반면 블루스퀘어는 정기 대관 공고에 기간 한정을 두지 않고 제작사 자율로 신청이 가능하다. 무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 및 철수 대관료가 별도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작비를 고려했을 때 블루스퀘어를 90일동안 대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에 대해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빛낼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선정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보 측면에서 예술의전당 3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제작비가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이는 티켓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웃는 남자’는 평일 공연 중 화요일만 7시에 시작한다. 비싼 티켓을 살 관객층 다수를 차지하는 직장인들이 7시 공연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8시 공연보다 낮다. 제작비 환수를 위한다면 객석 점유율을 최대한 높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맞을 텐데, 티켓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일 공연을 더욱 보기 어려운 환경은 관객에게 티켓 가격이 보다 높은 주말 공연을 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웃는 남자’의 요일별 차등요금에 대한 뮤지컬 업계의 반응 역시 관객들을 우려하게 만든다. 과거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엘리자벳’ 초연 공연이 차등요금을 도입하며 티켓 가격을 높인 이후, 다른 제작사들 역시 동일하게 최고 금액을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린 바 있다. ‘웃는 남자’ 이후 대극장 뮤지컬 작품들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러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들은 ‘웃는 남자’의 티켓 가격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한 문제”라며 대답을 하지않았다. 업계에서도 티켓 가격 인상에 대해 무조건 부인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웃는 남자’의 티켓 가격이 주말에 더 높은 것은 공연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주말에만 공연의 완성도가 높을 수도 없고, 높다면 그것대로 문제인 뮤지컬의 특성을 고려하면 ‘웃는 남자’의 티켓 가격 인상은 관객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에 가깝다. 물론 티켓 가격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상승을 하게 된다. 하지만 티켓 상승에 대해 관객들이 인정할 수 있는 이유가 스타 캐스팅이나 접근성이 좋은 요일의 수요에 대한 반영 정도라면, 그것이 관객은 물론 뮤지컬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175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티켓 가격 인상의 이유가 된다면 그 제작비가 관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보다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웃는 남자’가 막이 올랐을 때 티켓 가격 인상을 납득시킬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뮤지컬 업계 전체를 생각하더라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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