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대 증권사 지배하는 0.8조 캐피탈' 당국 정조준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8.04.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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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 캐피탈이 18% 지분으로 7조넘는 증권사 지배…지분교환·모기업 차입통한 자본확충에도 제동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를 도입하는 금융당국이 미래에셋그룹을 정조준했다. 소규모 자본의 계열사가 적은 지분율로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복잡한 지배(출자)구조가 주된 배경이다.

여기에 다른 대기업과의 지분 교환 계약과 모회사의 차입 등 불투명한 자본조달 과정,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래에셋그룹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선과 유사한 입장으로 향후 그룹 사업 인허가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7조대 증권사 지배하는 0.8조 캐피탈' 당국 정조준


◇자본 8000억짜리 계열사가 7조원대 공룡 지배 = 25일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2017년 사업(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박현주 회장이 자리하고 있고, 박 회장이 지분 34.32%를 보유한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짜여 있다.

이어 미래에셋캐피탈이 그룹 중심 사업 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각각 18.62%, 19.01%씩 보유했다. 여기에 박 회장이 지분 60.19%, 48.63%를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이 미래에셋캐피탈 주식 29.53%, 9.98%를 보유해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을 32.92% 보유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이자 손자회사이기도 한 복잡한 지배구조다. 같은 증권사 중심 금융그룹인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주요 사업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주요 사업회사에 비해 적은 덩치인 데다 적은 지분율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캐피탈의 별도기준 자본총계는 8365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7조4068억원, 1조9182억원이다.

자본 8000억원대 회사가 20% 이내 지분을 갖고 적게는 2배, 많게는 9배가량 덩치가 큰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캐피탈의 160배를 넘어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도 지주회사는 상장사 지분 20% 이상, 비상장사는 40% 이상 지분을 보유하게 규정돼 있다"며 "소수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면 외부 주주와 이해상충 등 여러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7조대 증권사 지배하는 0.8조 캐피탈' 당국 정조준
◇'지분교환·모회사 차입' 초대형IB 자본 건전성 적정한가 = 자본총액 기준 증권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의 자본형성과정 역시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이 네이버(NAVER (188,100원 ▼400 -0.21%))와 맺은 자사주 교환 계약과 상위 지배회사 미래에셋캐피탈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미래에셋대우의 자본확충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6월 네이버와 5000억원대 자사주 지분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자사주는 자본으로 책정할 수 없지만 지분을 맞교환하게 되면 다른 기업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책정, 자본이 증가한다. 즉 두 회사가 별도 비용없이 자본 5000억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두 회사는 "전략적 제휴"라며 지분 교환 배경을 설명했으나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선 "지배구조 문제가 있는 두 우호 기업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상호 우호지분을 유지하겠다는 계약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한 네이버 지분을 순수한 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직접 지적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의 증자에 참여한 것에도 그룹 리스크 유형으로 지목했다.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금조달 비용이 높은 차입으로 계열사 출자를 지원할 경우 향후 유동성 위기, 만기 도래 시 계열사에 무리한 배당요구 등 자금운용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결국 미래에셋대우가 초대형 IB(투자은행) 사업을 위해 조성한 8조원대 자본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공정위 조사에 발목 잡혀 인가심사가 보류된 미래에셋대우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사업에도 악재가 더해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타 기업과의 지분 교환과 모기업 차입을 통한 증자는 순수하게 자본을 확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통합감독 체계 법제화 이후 조성과정에 문제가 있는 자본에 대해선 리스크를 반영, 전체 혹은 일부 감액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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