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한미, 대륙 '맘' 사로잡아 어린이藥 1위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민승기 기자 2018.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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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K-Pharm, 글로벌 현장]6 한미약품-①R&D에서 생산·판매·마케팅까지…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진입

편집자주 1999년 토종 신약 1호 '선플라주'가 탄생하면서 우리나라는 신약개발국 지위를 얻었다. 이 때부터 2016년까지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 평균 1.6개씩 신약을 꾸준히 탄생시켰다. 신약개발 노력은 '글로벌 K-Pharm'의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오늘날 제약·바이오산업은 고부가 '4차 산업' 견인차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다.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이정표를 따라 미래 청사진을 그려본다.

북경한미약품 전경 /사진제공=한미약품북경한미약품 전경 /사진제공=한미약품


중국 북경국제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순의구. 이 곳에는 30여개 현지 제약사 중 한국 제약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한미약품 중국법인 북경한미약품(이하 북경한미)이 자리잡고 있다.

북경한미에 도착하자마자 한 구조물 공사가 눈에 들어왔다. 자동화 창고 증축 현장이다. 매년 증가하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한 투자다. 자동화 창고는 높이 45m에 7층 짜리 건물로 지어지고 있었다.



1층 로비에는 ‘장인정신·승리’를 뜻하는 올해 캐치프레이즈 '匠心·赢+(jiàngxīn·yíngjiā)' 액자가 걸려 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장인정신(학술중심 마케팅, 품질 제일주의, 혁신신약 개발, 직무 전문성)을 다하자는 당부이자 다짐이다.

◇어린이의약품으로 틈새 시장 공략 = 한미약품그룹의 글로벌 성장동력 중 한 축이 ‘혁신신약’라면 다른 한축은 '북경한미'다. 북경한미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13%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12억8000만위안으로, 2016년 대비 16% 성장했다.



북경한미는 현재 어린이의약품 및 소화기계 약물 등을 포함해 약 20여개 제품을 중국에서 팔고 있다. 메창안(정장제), 리똥(변비약) 등 소화기계 약물은 성 직할시 또는 구급 소속 300병상~1000병상 규모병원을 공략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북경한미약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어린이의약품. /사진제공=한미약품북경한미약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어린이의약품. /사진제공=한미약품
어린이의약품 시장에서 북경한미 입지는 독보적이다. 1994년 10월 어린이 유산균정장제 '마미아이'의 현지 등록을 시작으로, 진해거담제 ‘이탄징’, 종합감기약시럽제 ‘나얼핑’ 등 어린이 의약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 북경한미는 중국 아동약 시장에서 처방1위 제약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마미아이와 이탄징이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북경한미 어린이의약품 생산공장 현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미아이, 이탄징 등 대표 품목들이 매월 200만개 이상씩 팔리다보니 북경한미 직원들이 2교대 또는 3교대로 24시간 근무해도 항상 공급이 부족하단다.


북경한미는 어린이 의약품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향후 소화기계, 호흡기계,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성인질환 관련 신제품을 출시해 아동약뿐 아니라 성인 의약품까지 아우르는 전문 제약사로서 성장할 계획이다.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는 “향후 매년 5개 품목이상을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허가 진행을 앞둔 품목은 40여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펜탐바디 등 신약개발 통해 글로벌 도약 마련 = 한미약품 그룹은 북경한미를 기반으로 중국에서 혁신신약을 선보일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를 비롯해 얀센, 제넨텍 등과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중국 판권을 자체 보유로 남겨둔 이유다.

북경한미는 현재 총매출의 9%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북경한미 연구센터는 5265㎡ 면적에 첨단 R&D 시설을 갖췄다. 2012년 중국 내 외자기업으로는 최초로 북경시 지정 R&D센터 인증을 획득했다. 중국 정부의 전임상 시험기관 인증도 획득해 영장류(원숭이) 실험이 가능하다.

북경한미약품 직원이 신약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미약품북경한미약품 직원이 신약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미약품
현재 전체 임직원의 13.4%에 해당하는 167명이 연구개발(R&D)에 포진돼 있다. 90% 이상이 석∙박사 출신이며 이 중 60%가 북경대, 청화대, 심양약대, 남경약대 등 중국 명문대 우수인재들로 구성됐다.

현장에서 만난 연구원들은 "작년 JP모건 컨퍼런스에서 첫 공개된 ‘펜탐바디(PENTAMBODY)’ 기술 역시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효능을 합칠 경우 암세포 박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북경한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북경한미는 펜탐바디 기술을 적용한 3개의 파이프라인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작년 3월에는 중국 바이오회사인 이노벤트바이로직스와 면역항암 이중항체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 외에도 항암 및 대사질환 분야에서 5건~6건의 자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임해룡 총경리는 “최근 중국식품의약품감독총국(CFDA)이 신약 승인 시 해외 임상데이터도 인정하는 새로운 임상시험 제도를 발표했다”며 “임상절차가 1년~2년 단축되면서 제품 상용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3000여개 제약기업 중 다수가 복제약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북경한미를 포함해 신약개발 중심의 외국 제약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 아동약 뿐만 아니라 소화기계, 호흡기계,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성인질환 품목 허가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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