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편법 승계 대기업 사주·미성년자 등 286 명 세무조사 착수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2018.04.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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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정보 이용 주식 증여, 차명주식·일감 몰아주기 이용 경영권 승계 등 …고액예금·자산 물려받은 미성년자도 대거 적발

경영권 편법 승계 대기업 사주·미성년자 등 286 명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탈루한 대기업 대주주와 거액을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한 자산가, 고소득 전문직 등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4일 증여세 등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268 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차명주식이나 변칙 자본 거래 등을 통해 자산을 증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40개 법인 사주와 대주주가 포함됐다.

기업체 회장 A 씨는 대규모 개발 이익이 예상된다는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어린 손주에게 미리 증여했다. 이후 회사가 수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자 주가는 급등했다. 국세청은 일련의 과정을 변칙 증여로 보고 증여세 탈루 혐의를 밝히기 위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경영권 편법 승계 대기업 사주·미성년자 등 286 명 세무조사 착수
건설업을 주업으로 하는 그룹의 B 회장은 비상장 회사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명의신탁해 뒀다가 해당 임직원들이 퇴직하거나 사망했을 때 다른 임직원이나 친인척에게 다시 명의신탁을 하는 수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B 회장은 경매 등을 통해 비상장 주식 시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뒤 아들이 소유한 법인에 저가에 양도, 법인세와 양도세 등을 탈루한 혐의도 받는다. 국세청은 B 회장에 대해 세금 수십억원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또 제조업체 C 사의 대주주들은 인수자금을 납입하는 것과 동시에 인출하는 등의 위장 납입 방법을 이용해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인수했다. 이들은 상장 직전 신주인수권을 시가보다 저가로 주식전환해 수십억원의 전환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BW를 이용한 변칙 자본거래 탈루행위로 보고 증여세 수십억원을 추징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기업들이 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으로 대거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 증여를 한 기업체 사주도 적발됐다. 기업체 사주 D 씨는 미성년자인 자녀들이 법인을 설립하게 한 뒤 자신의 기업이 원재료를 매입하는 거래단계에 자녀들의 회사를 끼워 넣어 이익을 얻게 했다. 사업기회 제공에 따라 얻은 증여이익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대기업 사주 E 씨 역시 자녀가 주주로 있는 법인에 그룹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D 씨와 E 씨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을 진행해 세무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성년자 등 30살 이하이면서 고액의 예금과 주식을 보유한 151 명,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거나 전세로 살고 있는 77 명도 조사를 받는다.

부모로부터 수시로 돈을 받아 고액의 예금을 보유한 미성년자, 장인한테 편법 증여를 받아 서울시 재건축 아파트 등 부동산을 다수 취득한 치과 개업의 등이 포함됐다. 개인병원 원장 F 씨는 병원에서 빼돌린 10억 원을 미성년 자녀의 증권계좌에 이체하고 자녀 명의로 상장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5살에 불과한 나이에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수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 본인의 자금 원천을 추적하고 필요하다면 직계 존비속의 자금 흐름이나 기업의 자금 흐름까지 검증할 계획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대기업·대자산가의 탈세의 사회 전반의 성실 신고 분위기를 저해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다"며 "변칙 세금탈루 행위에 더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상시 정보를 교환하는 등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해 청약과열지역 아파트 당첨자의 자금 조달 계획서가 수집되는 대로 전수 분석을 실시하고, 탈세혐의를 발견하면 바로 세무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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