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지는 코스닥 공모주, 한달만에 반토막도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04.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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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초기에 외인·기관은 매도…물량 받아간 개인은 고점에 물려

거품 꺼지는 코스닥 공모주, 한달만에 반토막도


올해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상장 초기에 주가가 반짝 급등하다 단기간에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생겼던 공모가 거품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코스닥 벤처펀드가 거품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4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한 14개 코스닥 기업 중 상장 이후 고가(장중 기준)대비 현재 주가가 30% 이상 하락한 곳은 린드먼아시아 (5,060원 ▼40 -0.78%)(52.1%↓), 오스테오닉 (4,455원 ▼5 -0.11%)(57.9%↓) 알리코제약(42.7%↓), 동구바이오제약(37.7%↓) 등 4곳이다.

이밖에 씨앤지하이테크, 엔지켐생명과학은 상장 이후 최고가 대비 20%대의 주가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중 린드먼아시아는 상장 첫날인 지난달 14일 일명 '따상'(시초가 200%를 기록한 뒤 상한가)으로 마감했다. 다음날인 3월15일 1만80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현재 주가는 8630원으로 불과 한 달 여 만에 주가가 52.1% 하락했다.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경쟁률이 높은 기업에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며 "기관 지분이 낮아 투자보다는 투기의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린드먼아시아 일반청약경쟁률은 1039대1 이었다. 린드먼아시아 상장 이후 2거래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88만주 이상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이 물량을 받아갔다. 외국인과 기관은 여전히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역시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한 동구바이오의 패턴도 유사하다. 동구바이오는 상장 다음날인 2월14일 5만2600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가가 이틀간 급등하는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88만주 이상 순매도했고, 역시 개인이 이 물량을 받아갔다.

지난 2월22일 코넥스에서 이전 상장한 오스테오닉은 상장 첫날 1만8500원의 고점을 기록한 후 단 한 차례도 이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현재 주가는 7830원으로 고점대비 58%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밴드를 넘어서면서 일반공모가 크게 흥행했고, 상장 직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몰려 주가가 급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이사는 "공모가보다 급등한 주식이 많아 기관투자자들은 이익을 많이 올렸다"며 "상장 초기 과도한 기대감에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흥행하면서 공모가에 거품이 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운용사는 펀드의 15%를 공모주나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공모주식의 30%를 코스닥 벤처펀드에 우선 배정해야 하는데 펀드 투자자들의 대거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벤처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공모주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공모가도 자연히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는 코스닥 공모주로 차익이 기대되면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이 단순히 공모가나 청약경쟁률만 보고 투자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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