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죽도록 일하는가?…오로지 사랑을 위해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2018.04.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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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왜 죽도록 일하는가.” 서점을 어슬렁거리다 이 광고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왜 일하는가?’란 책이었다.

가격이 오르기 직전 집을 팔았다 땅을 치며 후회했다. 이러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집도 못 얻어 주겠다는 생각에 더욱 원통하고 서러웠다. 때론 ‘모아놓은 재산도 없는데 60은 물론 70까지 일해야 늙어서 먹고 살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해야지’ 결심을 다지기도 했다. 앞으로 30년이 될지, 40년이 될지, 혹은 50년이 될지 모를 잔여 수명 동안 먹고 살기 위해, 또 아들에게 뭐라도 남겨 주기 위해 나는 죽도록 일했던 것이다.

왜 죽도록 일하는가?…오로지 사랑을 위해


MBC에서 25년간 언론인으로 일하다 돌연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로 변신한 조정민 목사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또 일하고 중독처럼 일하는 이유를 불안감에서 찾았다. 충분히 먹고 살 만큼 돈을 벌었는데도 더 벌려고 일하는 이유는 몇 살까지 살지 몰라 불안해서다.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 돈이 있어도 자녀가 편안히 먹고 살 만큼 돈을 남겨줄 수 없을까 불안해서다.



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기심이다. 남들보다 더 잘 살고 싶은 시기심이 크면 아무리 벌어도 충분하지 않다. 지위와 권한 때문에 일하기도 한다. 언젠가 친한 임원에게 “평생 먹고 살 돈이 있는 사람이 왜 일을 계속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분은 “회사 나오면 다 회장님, 사장님 하고 불러 주고 떠받들어 주기 때문에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아 실현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도 있다. 일이 좋아 돈도 따지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아를 성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일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일하다 보면 언젠가 인정 받아 명성도 얻고 돈도 벌 것이란 꿈 혹은 욕심이 없을 리 없다. 예를 들어 글 쓰는 것이 좋아 자기 만족으로 글을 쓸 뿐 내 글을 아무도 안 읽어도 좋고 돈을 벌지 못해도 좋다는 심정으로 글을 업으로 삼을 순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동기로 하는 일은 해도 해도 만족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벌어도 부족하고 아무리 돈을 모아도 더 부유한 사람이 있어 시기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누려도 더 누리고 싶고 아무리 인정 받아도 더 많이, 끝없이 인정 받고 싶다. 조 목사는 끝없는 일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쉼과 균형을 유지하며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일은 사랑으로 하는 일이라고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사랑하는 일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기 위해 일하라는 뜻이다.

왜 일의 동기와 목적이 사랑이어야 할까. “사랑 없이 하는 일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고 남을 힘들게 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은 것들을 차례로 해보다 가시겠습니까? 과연 그것이 꼭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입니까?”라고 질문한 뒤 “거기에 적힌 것들이 온통 내가 나를 만족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권면한다.

죽으면 돈도, 권력도, 명성도, 자기 만족도 아무 소용이 없다. 때론 살아서도 이 모든 게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돈 많기로 국내 첫손 꼽히는 대기업 몇몇 오너가 그 많은 돈에도 감옥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다시 감옥에 갇힐까 노심초사하며 불안 속에 살기도 한다. 욕망을 아무리 많이 채우고 살았든 죽을 땐 늘 부족하고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사랑은 사람을 남긴다. 사랑으로 일하면 사람을 살리고 변화시킨다. 이것이 일의 동기이자 목적이다. 일을 보는 관점이 생계의 수단, 또는 내 욕망을 채우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이나 시기심, 빨리 인정 받고자 하는 조급증, 짜증이 사라진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한번도 사랑으로 일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엄마가 너 잘 키우려 회사에서 얼마나 고생하며 일하는지 알아?”라며 생색을 냈고 일 못하는 후배에겐 짜증을 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렇게 생색 내며 짜증 내며 하는 일이 결국은 나만을 위하고 남들은 힘들게만 하는 일이었음을 알았다. 일은 가족을 사랑하고 직장에서 사람을 키우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해야 함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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