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오르기 직전 집을 팔았다 땅을 치며 후회했다. 이러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집도 못 얻어 주겠다는 생각에 더욱 원통하고 서러웠다. 때론 ‘모아놓은 재산도 없는데 60은 물론 70까지 일해야 늙어서 먹고 살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해야지’ 결심을 다지기도 했다. 앞으로 30년이 될지, 40년이 될지, 혹은 50년이 될지 모를 잔여 수명 동안 먹고 살기 위해, 또 아들에게 뭐라도 남겨 주기 위해 나는 죽도록 일했던 것이다.
자아 실현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도 있다. 일이 좋아 돈도 따지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아를 성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일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일하다 보면 언젠가 인정 받아 명성도 얻고 돈도 벌 것이란 꿈 혹은 욕심이 없을 리 없다. 예를 들어 글 쓰는 것이 좋아 자기 만족으로 글을 쓸 뿐 내 글을 아무도 안 읽어도 좋고 돈을 벌지 못해도 좋다는 심정으로 글을 업으로 삼을 순 없다.
왜 일의 동기와 목적이 사랑이어야 할까. “사랑 없이 하는 일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고 남을 힘들게 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은 것들을 차례로 해보다 가시겠습니까? 과연 그것이 꼭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입니까?”라고 질문한 뒤 “거기에 적힌 것들이 온통 내가 나를 만족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권면한다.
죽으면 돈도, 권력도, 명성도, 자기 만족도 아무 소용이 없다. 때론 살아서도 이 모든 게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돈 많기로 국내 첫손 꼽히는 대기업 몇몇 오너가 그 많은 돈에도 감옥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다시 감옥에 갇힐까 노심초사하며 불안 속에 살기도 한다. 욕망을 아무리 많이 채우고 살았든 죽을 땐 늘 부족하고 미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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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은 사람을 남긴다. 사랑으로 일하면 사람을 살리고 변화시킨다. 이것이 일의 동기이자 목적이다. 일을 보는 관점이 생계의 수단, 또는 내 욕망을 채우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이나 시기심, 빨리 인정 받고자 하는 조급증, 짜증이 사라진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한번도 사랑으로 일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엄마가 너 잘 키우려 회사에서 얼마나 고생하며 일하는지 알아?”라며 생색을 냈고 일 못하는 후배에겐 짜증을 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렇게 생색 내며 짜증 내며 하는 일이 결국은 나만을 위하고 남들은 힘들게만 하는 일이었음을 알았다. 일은 가족을 사랑하고 직장에서 사람을 키우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해야 함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