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8일 경기 안양교도소를 방문해 도자기 생산 작업장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법무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에서 열린 구 전 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발표한 논고 내용입니다. 구 전 청장과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 3명에게도 각각 금고 1~2년이 구형됐습니다.
다만 징역형 수형자에게는 노역을 강제로 부과하는 데 비해 금고형 수형자에게는 의무적인 노역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금고형은 징역형에 비해 가벼운 형벌로 간주됩니다.
이외에 고의가 아닌 과실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경우에도 금고형만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실로 남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죄(과실치사)에 대한 법정형이 '2년 이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돼 있을 뿐 징역이라는 문구가 없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구 전 청장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 요건이 더해진 '업무상 과실치사' 죄목이 적용됐는데 이 죄목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이외에 과실로 장물(도둑맞은 물건)을 취득하거나 양도·운반 등을 알선한 죄, 업무상 과실 및 중대한 과실로 건물이나 물건 등에 화재를 발생시킨 죄 등에 대해서도 금고형이 규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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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관계자는 "정치범이나 과실범은 파렴치범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를 존중해준다는 의미에서 금고형이 입법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다만 징역형과 금고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죄목이 많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금고형이 적용되는 경우를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금고형과 징역형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고도 합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금고형이 확정돼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형자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신청으로 출역(작업을 부과받아 일을 수행하는 것)에 나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금고형에 처해진 이들 뿐 아니라 구류형을 선고받은 사람 또는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 유치로 전환된 사람과 같이 강제노역 의무가 없는 이들이 작업을 신청한다고 합니다. 물론 신청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뜻대로 작업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정시설이 관장하는 생산시설 규모나 작업 필요 인원, 해당 교정시설에 수용된 징역자의 수 등 상황이 맞아야 합니다. 상황이 맞지 않으면 강제노역 의무가 있는 징역수라고 해도 출역을 나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명예로운' 금고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 절반 가량이 '명예스럽지 않은' 노역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유는 일률적으로 꼽을 수는 없습니다. 한 변호사는 "감방에 가만히 갇혀 있는 것보다는 경우에 따라 교도소 바깥으로도 출역을 나가는 징역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이 정한 것과 달리 금고형을 징역형보다 더 고통스러운 형벌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징역형과 별개의 금고형을 도입하게 된 데는 노동을 천시하던 시절의 가치관이 반영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실제 형의 집행 과정에서 금고형 수형자가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모습은 법규정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금고형만을 법정형으로 못박은 경우가 아니면 그 활용 정도 역시 매우 떨어진다고 합니다. 대검 관계자는 "징역·금고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할 경우 검사들은 대부분 징역형을 구형한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고형처럼 '노역부과가 없는 형태의 자유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정성호 의원이 이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정 의원은 "현대적 실정에 맞게 자유형을 징역형으로 단일화하되 노역은 수형자가 선택적으로 복무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대다수 선진국은 자유형이 단일화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금고형 폐지가 이뤄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