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로 꽁꽁. /사진=뉴스1
#9 대통령 친구 빽과 '불굴의 낙하산'
朴의 재판에선 늘 난리굿이 펼쳐졌어. 朴 덕후들이 朴이 등장하고 나갈 때마다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소리를 지르고, 휴대폰 벨소리 울려대고, 자기가 朴의 딸이라느니 헛소리를 하는 등등. 참다못한 재판부는 행동에 나섰어. 그동안은 말로만 경고하고 법정에서 강제퇴갤 조치만 취했다면 이제는 방청석을 찍는 캠코더도 설치하고, 2017년 8월10일 재판에서 '질문있다'면서 소리지르고 난리친 사람한텐 과태료 50만원을 물리기도 했지. 앞으로의 재판은 부디 조용하고 고요하길.
이제 그만 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먼저 '나쁜 사람' 진재수 전 과장은 2013년 7월에 노태강 당시 문체부 국장과 함께 승마협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던 사람이야. 그 전에 최순실 딸냄 정유라가 승마대회에 나갔는데 1등을 못했거든? 2등에 그치니까 최순실이 '으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거슨 모두 승마협회 파벌 싸움 때문이다!'라며 朴에게 고자질을 하고, 朴이 문체부에 '승마협회를 탈탈 털어보세요'라 지시했다는 게 이 '나쁜 사람' 사건의 기본 배경이야.
정유라가 1등만 했어도…
진재수 전 과장은 이 전화를 받고 현실소름이 돋았대. 조만간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느낌적 느낌을 받았대. 그리고 그 느낌은 현실이 되었고 진재수 전 과장은 문체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로 발령이 났지. 이쯤되면 사직서를 확 내버려? 싶었지만 애들도 어리고 해서 정년까진 버티려 했는데 어느날 무시무시한 얘기가 들려왔대. 朴이 듀오 '나쁜 사람' 멤버인 노태강 국장을 두고서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중?'이라고 물어봤단 얘기 말이야. 이 얘긴 곧 대통령이 아직도 눈에 불을 켜고 듀오 '나쁜 사람'을 지켜보고 있단 거잖아! 그래서 진재수 전 과장은 정년이고 뭐고 얼른 이 곳을 탈출하는 게 낫다고 보고 명예퇴직을 신청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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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엿한 차관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사진=뉴스1
이상화 전 본부장은 2017년 8월17일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아무래도 최순실이랑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랑 친한 관계고, 그래서 안종범 전 수석이 힘을 써서 날 승진시킨 각'이라고 증언했어. 최순실은 안종범 전 수석과 어떻게 알게 됐을까? 안종범 전 수석은 왜 빽이 되어준 걸까?
말 좀 해보세요, 최순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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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재판에 나오기로 했던 박원오 전 전무는 후두암 수술을 받아서 2주간은 말을 할 수 없다며 안나왔어. 아쉽지만 박원오 전 전무의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이날부터 본격 '블랙리스트' 재판을 시작하기로 했지. 문화예술계 인사들 중 일부를 '좌파'로 찍어다가 리스트를 작성하고선 이 사람들, 단체들한텐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한 그 사건 말이야. 일단 첫 타임엔 朴과 함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다가 실행한 혐의로 딴 데서 재판을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1심 재판 기록을 두고 서증 조사를 진행했어.
재미없게 서류만 들여다 보냐고? 현실등판도 할 거야. 김기춘 전 실장은 2017년 9월14일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어. 다만 심장이 아프다는 김기춘 전 실장이 진짜로 재판에 나올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옷 갈아입을 기력도 없어 환자복 입고 법정에 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하지만 朴네 재판에서도 이 판단이 유지될지는… 검찰이 딴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득템한다면? 자,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본격적으로 블랙리스트 재판을 살펴보기 전에 알아둬야 할 단어가 있어. 바로 '건전콘텐츠'란 건데 벌써부터 쌍팔년도 냄새가 물씬 나지? 朴정부는 '문화예술계가 잘못돼 있다' '좌파한테 접수당했다'고 비판하면서 좌파가 점령하지 않은 순결한 애국보수 콘텐츠를 '건전콘텐츠'라고 불렀어. 앞으로 이 단어가 자주 나올 수 있으니 동무들은 필히 기억해 두라우.
'특검의 겸둥이' 장시호는 2017년 6월에 진즉 석방됐다.
증인으로 누가 나오냐면.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웬만하면 다 알 거야. 장시호의 절친이자 국내 대회랑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등에선 금메달을 턱턱 따냈으나 6번이나 나간 올림픽에선 노메달에 그친 그 사람. 아니 그 선수. 이규혁 전 영재센터 전무가 증인으로 등판할 예정이었지.
장시호와 친하다는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
최순실이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을 이번 재판은 초장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였어. 한 朴덕후 아재가 '朴을 유죄로 만드는 오판을 하면 사법부 전체가 다 살처분 당한다!'고 소리를 쳤기 때문이지. (이 아재는 재판 끝나고 10일 감치 처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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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올림머리가 영;; /사진=뉴스1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가 바로 다음날로 다가온 2017년 8월24일 朴은 블랙리스트 재판을 받았어. 저번에 김기춘·조윤선네 재판 선고에서 朴에게 이득인 결과가 나왔다고 했잖아? 역시나 朴네 변호인은 이걸 근거로 들고 나왔지. 청와대가 '좌파 척결하고 보수로 가즈아!'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고 그게 곧 블랙리스트 혐의가 유죄란 얘긴 안 되는 거고, 朴은 블랙리스트를 1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어.
반면 노태강 전 국장한테 사표 내라고 압박을 넣은 혐의에 대해선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형사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라고 쉴드를 쳤어. 원래부터 대통령이 뫰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재판 거리도 안 된단 얘기지.
한편 블랙리스트 혐의의 '공범'인 김기춘 전 실장은 아쉽게도 朴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기로 했어. 朴네가 몸이 아픈 김기춘 전 실장을 생각해서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보감했기 때문이지. 한때 청와대 내 최애였던 김기춘 전 실장과의 재회는 이렇게 꽝! 다음 기회에!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답은 '반반'입니다. 뇌물공여 혐의 중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준 건 무죄, 정유라 말타기랑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78억원(약속한 거까지 합하면 213억원)을 지원한 건 유죄 판결이 내려졌어. 이재용 부회장네 재판부는 朴과 최순실이 공범이 맞다고 판단했어. 朴과 최순실이 뇌물을 받기로 공모를 했으며, 다만 돈을 朴이 직접 받지 않고 朴과 매우매우 친한 최순실네가 받았다는 얘기지.
그래도 뇌물 액수가 팍 줄었으니 이득 아니냐고? ㄴㄴ 아니야. 어차피 뇌물수수죄는 받은 돈이 1억원만 넘어가도 가중처벌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인 부분. 근데 朴의 뇌물수수 혐의를 보면 1억원이 안 되는 푼돈은 1도 없다는 거… 준 사람(=이재용)이 유죄니까 받은 사람(朴+최순실)도 유죄란 거… 뇌물죄는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한다는 거…
여기까지만 들어도 朴네는 속이 터질 각인데 문제는 또 있다는 거. 이재용 부회장네 재판부는 朴이 이재용 부회장한테 '돈 줘! 돈 내놔!'라고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바람에 이재용 부회장이 '아… 대통령이 달라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수동적으로 뇌물을 준 거라고 봤어. 朴한텐 굉장히 불리한 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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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치소로 컴백한 날 朴은 언제나 그랬듯 재판을 받고 있었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를 두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朴은 졸면서 굉장히 지루하고 힘들단 티를 팍팍 냈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에 처한다'는 선고가 내려질 시점엔 朴이 깨어 있었는데 朴네 채명성 변호사가 귓속말로 선고 결과를 알려줬대나봐. 朴은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할 뿐.
며칠 뒤 2017년 8월29일 열린 朴의 재판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문이 증거로 채택됐어. 뇌물을 준 사람의 판결문을 뇌물을 받은 사람의 재판에서도 써먹는 거지. 앞으로 朴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될 예정.
본인은 그런 적 없다지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 걸?
2심 재판을 받고 있던 문형표 전 장관은 朴의 재판에 나와서 '국민연금공단에 압력 넣은 적 ㄴㄴ' '朴한테 지시 받았냐고? 그런 적 음슴'이라고 말했어. 朴한테 보고한 적도 '음슴', 청와대 사람한테서 지시받은 적도 '음슴', 안종범 전 수석과 통화한 적도 '음슴'. 이게 웬 '음슴' 파티들이야.
다음날 朴은 다시 한번 서울성모병원에 갔어. 이날은 재판이 없는 날이라 서울구치소에서 병원으로 이동했지. 또 그 발가락 때문이냐고? ㄴㄴ 이번엔 허리야. 서울구치소가 말하길 朴은 구치소에 입갤하기 전부터 허리가 안 좋았대. 구치소에서 치료를 해도 해도 나아지질 않아서 구치소 밖 민간 병원에 데려다 준 거래.
저번에 병원에 갔을 땐 병원 쪽에서 朴 사진 못 찍게 하려고 이불로 말다시피 하고 빈 침대로 훼이크를 주더니 이번엔 좀 달랐어. 휠체어 타고 마스크 쓰고 환자복까지 갖춰 입은 朴의 모습이 포착됐으니.
좀 있음 일흔. /사진=뉴스1
8월 말이 되면서 검찰의 똥줄이 타들어갔나봉가? 검찰이 2017년 8월31일 95명의 증인 신청 계획을 몽땅 철회했어. 이 말이 무슨 얘기냐면 '이 사람, 저 사람 등등을 증인으로 불러다가 법정에서 다같이 탈탈 털어봅시다'라고 신청했던 걸 죄다 취소했단 거야. 95명을 증인신문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잖아? 이제 朴의 구속 기간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구! 검찰 입장에선 어차피 이재용 부회장네 재판에서 '뇌물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니 더 힘 들일 필요도 없어졌고 말이지. 또 취소한 95명은 딴 재판에서 이미 증언을 한 사람들이라 그 기록만 가져다 써먹으면 된다구!
아프다고 징징대봤자 재판에서 빼줄 리 없는 재판부란 걸 알아서 그런 건지 朴은 다음 재판에 나왔어. 2017년 9월4일 재판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와서 '안종범 전 수석이 朴이 시킨 거라면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을 유럽총괄법인장으로 발령하라고 했쪄염'이라고 밝혔어. 이상화 전 법인장은 '최순실네 금고지기'라 불리는 사람이야. 독일에 있으면서 한국의 삼성 돈을 받을 때 계좌도 터주고 이래저래 도움을 준 사람이지.
이상화가 누구길래…
정찬우 전 부위원장 얘기론 한 번 삑사리가 나니까 안종범 전 수석이 또 전화를 했대. 이번엔 이상화 전 법인장을 해외총괄그룹장으로 보내라고. 중간에 끼어서 뜻밖의 메신저가 돼버린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다시 하나은행에다 이 얘길 전했는데 이번에도 하나은행이 태클을 걸어버림. 직급이 좀 거시기해서 불가능할 거 같다며…
이쯤 됐으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최순… 朴… 아니 안종범 전 수석은 또또 연락을 합니다. 이상화 전 법인장을 본부장으로 발령내라며.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다시 한 번 하나은행에 얘기를 전했대. 과연 이번엔 승진 ㄱㄱ?
하나은행도 참 의지가 강했어. 청와대가 요구하거나 말거나 하나은행만의 길을 가기로 했지. 이상화 전 법인장을 본부장이 아니라 지점장으로 발령을 내린 거야.
또 빠꾸를 먹은 이 상황에서 누가 등장한다? 네. 안종범 전 수석이 다시 나올 차례죠.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또또또 안종범 전 수석의 전화를 받았어. '본부장으로 간다더니 지점장 뜬금포는 왓더?'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하나은행에서 얘기한대로 전했지. '본인이 원츄했대요' 그러자 안종범 전 수석은 '넌 그걸 믿니?'라고 구박을 했고, 며칠 뒤에 다시 전화를 해서는 '이상화는 가고 싶다고 한 적 없다던데? 어떻게 된 거임?'이라고 물어봤대.
이 지루한 과정을 거쳐서 결국엔 이상화 전 법인장이 승진을 하고야 말았어. 2016년 2월에 글로벌 영업2본부장에 임명된 거야. 찝찝한 건 이 자리가 새로 마련된 자리란 거.
(10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