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건 '무차입 공매도' 기관투자자엔 여전히 '구멍'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8.04.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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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사 끼고 주식 없어도 매도 주문 가능…외부에서 체크 어려워 믿을 수밖에

빗장 건 '무차입 공매도' 기관투자자엔 여전히 '구멍'


연기금·자산운용사·외국계투자회사 등 기관투자자는 계좌에 주식이 없어도 매도 주문을 낼 수 있어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 selling)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으로 금지됐음에도 수탁회사를 낀 기관투자자가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단행할 경우, 매매를 담당한 증권사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도 적발할 수 없는 허점을 갖고 있어서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 이후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폭된 상황인 만큼 기관투자자의 이같은 매매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외국계투자기관 주요 기관투자자는 운용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회사(주로 은행)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한다.



자산운용사 등은 법적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수탁회사에 맡겨야 한다. 또 연기금을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자는 수십여개 증권사와 거래를 하는데다 주식 주문량도 각사별로 안분해야 하는 복잡성 등을 감안해 별도의 수탁회사를 거쳐 거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현행 시스템에선 증권사가 주식 매도 주문을 처리할 때 투자자의 계좌에 해당 주식의 보유 유무를 확인할 수 없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모든 주문 정보와 계좌 내역은 수탁사를 통해 관리되고 증권사는 단순 거래만 체결시켜주고 있다"며 "이런 구조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매도 주문을 내더라도 해당 계좌를 들여다볼 수 없어 주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자체 시스템상 수탁회사가 관리하는 계좌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으나 이마저도 외부에서 검증할 수 없는 구조다.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 역시 내부의 실수가 발생할 경우 예탁결제원을 비롯한 외부 기관이 이를 전혀 감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당일 매도 후 매수하면 결제 불이행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이런 매매를 종종 했다"며 "지금도 일부 투자회사가 의도를 갖고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내면 사전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기관투자자들이 이 같은 거래 과정에서 매도했던 주식을 당일 매수하지 못해 이틀 뒤 결제 불이행을 일으킨 사례가 발생, 현재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을 매도할 때 기관투자자는 일반 매도인지, 주식을 빌려 매도한(차입 공매도) 물량인지를 유선이나 전산 등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신뢰의 문제긴 하지만 만약 기관투자자가 보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팔면서 일반 매도 등으로 허위보고할 경우 이를 실시간 체크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자산운용사 CEO(최고경영자)와 간담회에서 "삼성증권 사태로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실추됐다"며 "자산운용업계도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이해상충과 불건전 영업 행위를 단절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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