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금지됐음에도 수탁회사를 낀 기관투자자가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단행할 경우, 매매를 담당한 증권사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도 적발할 수 없는 허점을 갖고 있어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외국계투자기관 주요 기관투자자는 운용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회사(주로 은행)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한다.
그런데 현행 시스템에선 증권사가 주식 매도 주문을 처리할 때 투자자의 계좌에 해당 주식의 보유 유무를 확인할 수 없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모든 주문 정보와 계좌 내역은 수탁사를 통해 관리되고 증권사는 단순 거래만 체결시켜주고 있다"며 "이런 구조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매도 주문을 내더라도 해당 계좌를 들여다볼 수 없어 주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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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기관투자자는 자체 시스템상 수탁회사가 관리하는 계좌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으나 이마저도 외부에서 검증할 수 없는 구조다.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 역시 내부의 실수가 발생할 경우 예탁결제원을 비롯한 외부 기관이 이를 전혀 감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당일 매도 후 매수하면 결제 불이행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이런 매매를 종종 했다"며 "지금도 일부 투자회사가 의도를 갖고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내면 사전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기관투자자들이 이 같은 거래 과정에서 매도했던 주식을 당일 매수하지 못해 이틀 뒤 결제 불이행을 일으킨 사례가 발생, 현재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을 매도할 때 기관투자자는 일반 매도인지, 주식을 빌려 매도한(차입 공매도) 물량인지를 유선이나 전산 등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신뢰의 문제긴 하지만 만약 기관투자자가 보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팔면서 일반 매도 등으로 허위보고할 경우 이를 실시간 체크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자산운용사 CEO(최고경영자)와 간담회에서 "삼성증권 사태로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실추됐다"며 "자산운용업계도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이해상충과 불건전 영업 행위를 단절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