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증권회사 대표 17명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입력 사고의 후속조치와 이번 사고로 인해 노출된 문제점, 유사사례 재발방지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18.4.10/뉴스1
◇50% 넘은 김기식 사퇴여론.. 광주·전라 빼곤 '물러나야'
호남 지역과 30·40대, 민주당·정의당 지지층, 진보층 등에서는 사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김 원장의 사퇴에 찬성한다는 응답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는 찬성 의견이 57%로 찬성 응답 비율이 전 지역 중 가장 높았다.
문제는 김 원장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사실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9~11일 조사해 12일 발표한 문 대통령 취임 49주차(4월2주차) 주중 지지율이 전 주 주간집계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66.2%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도 전 주 대비 1.9%포인트(오차범위 이내) 하락한 49.2%로 내려갔다.
◇정의당 데스노트, 김기식 정조준.. 이번에도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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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는 점도 김 원장에는 악재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정의당이 반대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낙마로 이어졌다.
문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이 반대했다는 점이 일종의 지표로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반대인사 목록이 '정의당 데스노트'라 불리며 정치권에서 주목받은 이유다.
특히 김 원장의 경우에는 정의당의 반대가 뼈아프다. 정의당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다른 인사들과는 달리, 임명 초기에는 김 원장의 등판을 환영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정의당과 가까운 참여연대 출신이고 금융개혁을 위한 적임자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이 공식적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무게감이 다르다.
개혁 동력을 상실했다는 우려도 크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개혁의 칼날을 들리댈 때마다 '너는 그런 자격이 있느냐'는 것으로 끝 없이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김 원장 유임이) 궁극적으로는 정부에게도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與, "악의적인 공세".. 일각에선 "자진사퇴 고려해야"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야당의 악의적인 공세라는 입장이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간 것이 김 원장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 잘못된 관행이지만 금융개혁의 의지를 꺽으려는 야당의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도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만큼 이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 원장을) 금감원장에 임명했던 배경은 이 사람이 개혁을 잘 할 것이라는 추진의지를 높게 산 것으로 갑자기 입장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김 원장 흠집내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공항공사를 통한 나홀로 출장과 보좌진 대동출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도 "국민들이 (외유성 출장에 대해) 질타하는 것은 옳지만 김성태 원내대표가 마치 자신들은 그런 일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도한 공세"라며 "야당의 공세가 과도하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진사퇴를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금유개혁과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한다는 것.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금융개혁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인건 맞지만 일이 이렇게 되서야 개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신중하게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 한 언론 카메라에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세지가 포착됐다. 문자메세지에는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라고 적혀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승하던 경남지역 민주당 지지율이 김 원장 사건을 계기로 주춤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