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거왕' 경찰 수사 기록 누락 확인… "검찰 나서야"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8.04.1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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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자체 감찰 결과 "일부 문제점 발견"…'셀프 감찰' 한계, 검찰 수사 목소리도

[단독]'철거왕' 경찰 수사 기록 누락 확인… "검찰 나서야"


수년 전 ‘철거왕 이금열’ 관련 사건의 경찰 수사기록이 조작됐다는 내부 폭로를 경찰청이 감찰한 결과 실제 일부 수사기록이 누락 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팀은 그러나 일부 의혹만 인정했다. 수사 방해 차원의 해당 수사관 전보 조치, ‘철거왕’ 이금열 수사 기록 삭제는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경찰의 ‘셀프 감찰’로는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경찰청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감찰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경찰청은 “가재울4구역 재개발 사업(가재울4) 비리 수사 과정 전반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정비업자) 박모씨의 50억원 수뢰 혐의와 철거업체(다원이앤아이) 현장소장 조모씨의 배임·횡령 혐의가 인지됐는데도 관련 수사와 검찰 송치 내역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비업자 박씨와 철거업체 현장소장 조씨는 모두 ‘철거왕’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의 측근이다. 철거업체인 다원이앤아이는 이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업체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3년 수원지검의 수사로 1000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정관계 로비 사실이 드러나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법조계는 경찰청 감찰팀이 밝혀낸 수사기록 훼손 정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당장 담당자는 공문서손괴 혹은 직무유기로 처벌할 여지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은 한 번 수사를 진행하면 반드시 수사에 결론을 내고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이번 의혹은 당시 수사담당자인 최용갑 경위가 언론에 “수사기록이 조작됐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고 결국 감찰로 이어졌다. 하지만 감찰팀은 수사를 진행했던 최 경위를 비롯한 서울 서대문서 수사 경찰들 중 누구도 징계나 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담당자가 고의로 기록을 조작한 게 아니라 실수로 빠뜨린 것 같다”며 “고발까지 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감찰팀은 또 최 경위 등이 제기한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은 △정비업자 박씨의 또 다른 수뢰 혐의에 공소시효 만료 때까지 시간끌기 △‘철거왕’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의 수사기록 삭제 △당시 경찰 지휘부의 수사무마 압력 △수사 무마를 위해 최용갑 경위 인사조치(파출소로 전보) 등이다.


최 경위는 감찰 결과에 반박하며 “감찰이 아닌 수사를 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을 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뤘던 국회에서도 검찰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재정 의원은 “내부고발자의 용기 있는 증언에도 정작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 조사를 경찰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검찰 수사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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