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요계 제왕’ 조용필 “최고? 죽을 때까지 배우다 끝날 것 같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04.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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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투어 기자간담회…“최초의 기록도, 최고의 호칭도 모두 부담”

/사진=이기범 기자<br>
/사진=이기범 기자


‘가왕’ 조용필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 무대를 보고 “저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꼬리표를 단 예술인의 무대는 언제나 대중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반어적 설명이었다.

“바꿔 말하면 평생 제 노래 들으며 살아온 사람에게 실망을 주는 무대라면 정말 두려울 것 같아요. 저한테 배신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허락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겠죠.”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데뷔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용필은 지난 50년의 영광이 앞으로의 50년을 보장해주는 견장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에게 주는 어떤 최고의 호칭도, 50주년이라는 기념도 모두 부담스럽다”며 “다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사랑받은 게 무척 행복하고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조용필은 마치 새로 시작하는 신인의 마음을 담은 듯 흰색 재킷과 바지로 차려입고 단상에 올랐다. 대중음악계에서 ‘최초’, ‘최다’, ‘최고’의 수식을 놓친 적 없는 가왕의 어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그는 “나는 정상이 무엇인지, 기록이 무엇인지 솔직히 잘 모른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오랫동안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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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쉼표 없는 활동 기간 내내 세대 통합 능력자로서의 면모를 보일 만큼 대중성은 물론, 도전과 창의적 마인드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도전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음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해결책은 딱 한 가지였어요. 지금의 15세가 절 기억하면 50, 60년 더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옛날 가수가 이런 음악도 하네’같은 느낌을 줄 필요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매일 유튜브로 미국 빌보드에 오른 최신 음악을 쉬지 않고 들어요. 누가 ‘꼰대’라고 하면 그냥 받아들이고, 나이 물으면 내일모레 70세라고 대답하죠. 나의 세월을 거부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시대에 맞게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거예요.”


케이팝을 이끄는 아이돌 그룹에 대해 조용필은 “빅뱅, 방탄소년단, 엑소 등의 공연을 유튜브로 본다”며 “댄스 위주의 가수들이라도 그들이 유명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바운스’가 수록된 19집 성공으로 20집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하자, “20집은 꼭 내야 하는 음반이지만, 어떤 일을 동시에 하는 성격이 못 돼 올해 안에 새 음반은 못 볼 것 같다”며 “6, 7곡 정도 만들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최근 평양 공연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조용필은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잘 먹지도 못하고 무대에 나갔을 땐 어지러웠다”며 “그래서 스스로 자책을 많이 했지만, 최악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 관객들의 속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경험을 통해 조금씩 바뀌는 거니까 우리 음악을 들려준 이번 기회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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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조용필은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관객을 위해 기존 공연보다 더 많은 선곡, 더 긴 공연시간으로 채울 예정이다. 오는 5월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의정부로 이어진다.

5세 때 하모니카 소리를 통해 음악을 처음 접한 조용필은 축음기와 라디오, 아마추어 밴드를 거칠 때까지 음악을 ‘취미’로만 여겼다. 그러다 미 8군에서 기타 치고 노래하면서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조용필은 “음악을 한번 연구하기 시작하니 끊임없이 이어졌다”며 “하면 할수록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고 이에 충격을 받으면서 음악은 죽을 때까지 배우다 끝나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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